우리나라만큼 신속히 법률을 만드는 나라는 드물다.

 

기존의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세입자 대책이 있었지만, 용산4구역 참사사건 이후 정치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세입자를 위한 대책을 쏟아 놓았다. 상시적인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사전에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세입자 대책 중, 김희철 의원 등 12인이 2009.3.6 발의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의 내용은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비계획 수립과정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분쟁의 조정방법 및 절차에 관한 사항”을 신설하여 사업 초기에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둘째, 주거환경개선사업·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시장·군수가 사업시행자와 협력하여 정비사업의 시행을 순환정비방식으로 하면서, 주민대표회의의 의견제시 권한 범위인 “주민이주에 관한 사항(세입자의 강제퇴거에 관한 사항을 포함), 토지 및 건축물의 보상에 관한 사항(세입자의 주거이전비 지급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 및 세입자에 대한 임대주택의 공급 및 입주자격에 관한 사항”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셋째, 용산4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의 세입자 문제로 인해,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정비구역 안에 소재한 상가건물 임차인이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이주 정착상가(이주대책의 실시를 통해 건설되는 건축물)로의 이주 또는 정비사업의 완료 후 건축된 상가에 우선적 임차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위의 주민대표회의의 의견제시 확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순환정비방식에 의하게 되면 정비조합이 아닌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되는데, 이 기구는 의견제시 정도의 자문기구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로 서울과 경기도 일원에 10여 개의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돼 있지만, 주택공사의 2중대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대표회의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시행자를 선택하여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시행규정의 작성 시 자신들이 작성토록 하면서 권리자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주 정착상가로의 이주 또는 정비사업의 완료 후 건축된 상가에 우선적 임차권을 보장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의 로드맵이 없다.

 

2009년 3월 9일 차명진 의원 등 44인 발의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어떠한가?

 

첫째, 순환정비방식에 의한 것으로 조합이 정비사업 시행 시 주택공사등이 자체 보유한 임대주택을 순환용 주택으로 사용 또는 임대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둘째로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도 사업시행계획서에 세입자 이주대책 내용의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일정한 기준 이상의 세입자 보호대책을 마련한 정비사업은 시·도 조례로 용적률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지난 20일 김성택 의원 등의 개정안에서는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및 세입자 보호를 위한 주거 및 이주대책을 사업시행 계획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또한, 재개발사업의 관리처분 계획인가 시, 세입자별 손실보상을 위한 명세와 그 평가액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고, 재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세입자와 조합 간 분쟁을 조정할 분쟁조정위원회를 시·군·구에 설치, 세입자가 보상금 등 억울한 사정 발생 시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재건축의 경우 용적률 완화는 시·도 조례의 위임방법이 아닌 도시정비법의 개정에 의한다.

 

필자는 세입자를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에 대해 아래와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이주정착상가로의 이주 또는 우선임차권 제도 등을 도입하려면 우선적으로 용적률의 상향조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2009.3.3 법사위에 계류 중인 재건축사업 관련 용적률 상향조정의 개정안을 고쳐서,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에도 혜택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비사업 진행에 따른 각 전문직역가들을 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렇게 구성된 위원회에서는 심의 과정을 통해 정비계획이 수립된 지역이라도 무조건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던 과거의 행태를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사업초기에 세입자 사항을 파악하여 지분 쪼개기가 이루어졌거나 세입자들이 대량 유입되는 등 혼란만 야기되는 경우 등을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다면, 더 이상 추진위원회가 존속할 이유가 없다. 곧바로 정비조합을 설립하면 신속한 절차가 이루어지면서 시공자 선정을 앞당기는 이점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