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만원이고, 옆집 이웃조차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꿈꿔 왔던 바람은, 서울이란 곳이 꿈을 안고 올라온 자들의 보금자리가 됐으면 했던 것이었으리라.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직후인 11월 16일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개포주공4단지, 개포시영아파트 등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 신청을 무더기로 보류했다. 이에 주택본부장은 “개포지구의 경우 공공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임대아파트의 동별 혼합배치 등을 보완하라는 것이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때를 맞춘 듯, “서울시 주택정책은 친 서민정책이 아니다. 서울 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다”는 국토부장관의 말에 뒤이어 주택토지실장도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재건축사업이 안 된다. 임대주택이나 주택공급 총량을 늘릴 수 없게 돼 서민 내 집 마련이 어렵고 전세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며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의 구호인 ‘공공성’을 들으면 가슴이 섬뜩해 온다. 오세훈 전 시장 때도 지금의 이들이 ‘공공성 회복’이란 현란한 말을 내세워, ‘전략정비구역’, ‘유도정비구역’이란 낯선 용어를 만들어 냈다. 이 때문에 주민에게 돌아간 것은 어쩌면 기다림과 고통이었다.

 

십여 년 동안 재건축을 하기 위해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을 수립ㆍ변경해 왔는데, 전략ㆍ유도정비구역으로 나누면서 전보다 2~3배 높은 기부채납 등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계획에다 지구단위계획이란 또 다른 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때문에 재건축사업을 하려면 앞으로도 얼마를 기다려야 할 지 모르니 누가 서울시 주택정책을 신뢰하고 따르겠는가.

 

개포주공아파트의 경우도 그렇다. 3개단지 모두가 2003년 12월 추진위를 구청으로부터 승인받아 시공자까지 선정했지만, 올해 들어서야 가까스로 지구단위계획을 마칠 수 있었다.

 

서울시가 보류시킨 정비구역 지정은 재건축사업에서 첫걸음이다. 지금까지 법정 절차를 밟아 왔던 재건축단지에 대해 공공성 운운하면서 무더기 보류했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세운 계획은 도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또한, 서울시에 직격탄을 날린 국토부는 그동안 무얼 했는가?

 

강남 개포 재건축단지들이 정비구역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법에 경과조치를 만들어 줬다. 개포 재건축 단지들은 도시정비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2년에 시공자가 선정된 곳이다. 그러니 사업도 진행이 안 된 상태에서 10여 년 동안 시공자에게 대여 받아 소비한 돈 때문에 주민들 간 반목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이와 관련 도시정비법에서 조합설립 이후인 시공자 선정을, 서울시 조례에서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늦추겠다는 것이 공공관리제의 핵심이다. 최근 법제처는 ‘조례의 내용은 개별 법령이 위임하고 있는 사항에 관한 것으로서 개별 법령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야만 하고, 그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위임조례로서의 효력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서울시 조례의 효력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서울시의 반응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으로 시행될 「도시재정비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8조제6항에서 시공자 선정시기에 대해 ‘시도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해 보완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답변이다. 2002년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 외에도 이 법은 강남, 서초, 송파구의 재건축조합의 경우 조합원 명의변경 제한 규정도 다시 강화할 것으로 기재돼 있다. 법제처, 국무회의까지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정부 법안이 이 정도이니 남 탓할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