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사업은 본래 서울시의 작품(?)이었다. 법적 근거 없이 출발했지만, 그 이듬해인 2003년에 「서울시 지역균형발전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모양새를 갖추려는 노력은 보였다. 현재 서울의 뉴타운사업은 대부분 재정비촉진지구로 바뀌었고, 일부만 뉴타운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반면, 경기도는 2009년 하반기에 들어오면서 누구와 경쟁하듯 근거 조례도 없이, 임의로 정한 순서에 따라 뉴타운지구(지금의 재정비촉진지구를 말한다)를 무더기로 지정했다. 이렇게 창출(?)해 내면서 한번이라도 주민들의 의견에 제대로 귀기울여본 적이 있는가? 묻고 싶다. 단지, 주민공람이란 형식으로 그저 통과의례처럼 치부해 버렸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기도는 최다 재정비촉진지구를 만들어 냈으나, 그 흔적들로 인해 작금의 해제사태로 이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의 경기도는 반대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의견이 모든 주민들의 의견인 것처럼 떠들고 그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러면 그동안 경기도의 행정을 신뢰하고 사업을 찬성했던 더 많은 주민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난 6일 모 TV방송에서 ‘어느 가장의 죽음’이란 프로그램이 방영된 바 있다.
내용인 즉, 경기도가 가장 먼저 추진했던 부천시 심곡동의 A재개발사업장에서 이를 반대하던 비상대책위원장 김 모씨의 자살사건이었다. 그 주된 내용은, 재개발사업에 대한 반대가 어려워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고, 새로 재정되는 법 「도시재정비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재정비법)에서는 철회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실었다.

 

현행법상 재정비촉진지구 해제가 불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보자.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제7조)」에서는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고시한 날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촉진계획이 결정되지 아니하면 그 2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에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효력이 상실된다”고 규정했지만, 이를 이유로 촉진지구를 해제했다는 사실은 찾을 수 없었다.

 

도시재정비법에서도 주민의견을 확인하는 것으로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변경하려면, 시도 조례로 주민동의를 얻는 절차를 둘 수는 있지만, 현행 도시정비법에서의 주민동의를 얻는 절차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경기도는 새로운 법 즉, 도시재정비법이 발효되기도 전인 지난 2011년 11월 8일, 주민의견 조사를 통해 25% 이상 반대하면 촉진지구를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례를 전국 최초로 개정 했다(조례 제18조 및 제19조).

 

즉 촉진계획이 결정ㆍ고시 돼, 막 추진위를 구성하려는 단계에서 주민의견을 조사한 후 그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로 진행시키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수십 억원을 들여 촉진계획을 수립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는 절차상 전후가 뒤바뀐 것이다.

 

어찌됐던 이 규정을 근거로, 경기도 부천시와 광명시는 토지등소유자 25% 이상 반대 시 촉진구역을 해제하겠다며 ‘주민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부천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13개 촉진구역을 대상으로 실시, 주민 반대가 25%를 넘긴 소사구 괴안구역, 원미구 원미 2개 구역 등 3곳의 지구지정을 해제할 방침이라고 했다. 부천시의 뒤를 이어 광명시도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7개 촉진구역을 대상으로 찬반투표 설문 조사에 들어갔으며, 광명시 역시 주민 25% 이상 반대할 경우 재정비촉진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수정ㆍ보완하겠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새로운 법에서는 재정비촉진지구 해제와는 별도로 일몰제까지 규정하고 있다. ‘정비예정구역 →정비구역 → 추진위 구성→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의 각 단계마다 3년 이내에 진행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정비예정구역이나 정비구역 지정 효력이 상실되며, 재정비촉진구역도 예외는 아니다.
찬성하는 다수 주민들의 의견보다는 목소리 큰 소수가 득세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법이 왜 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