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건축사업의 재구성 

1974년 11월경으로 기억된다.
당시 20세였던 필자가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첫발을 내딛기 위하여 한강대교를 건너면서, 열차 너머 강변에 펼쳐진 아파트(지금의 반포1단지 1, 2, 4주구)를 처음으로 보았다. 서울사람들은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사는 구나라는 생각에 처음 놀랐다. 그 후 30년이 훨씬 지난 작년 11월경, 모 TV방송의 '자이언트'란 드라마를 보았다. 1970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강남개발의 역사가 테마였다. 드라마 중반부쯤, 기초공사에 사용될 토사가 홍수로 유실되자 주인공은 그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해 토사대신 연탄재를 사용한 장면이 나오면서 두 번 놀랐다.

이 아파트가 지금은 재건축사업을 통해 또 다른 변화를 꿈꾸고 있다. 1974년에 준공된 이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하려면, 1981년 12월 31일 이전에 지어져 20년이 지났으니,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이 가능하다(서울시 도시정비조례 제3조제1호). 그러나 안전진단 외에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는데, 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하나의 주택단지에 5개동(棟)의 아파트(이하 “주택‘이라 한다)와 1개동의 상가가 있다고 예를 들면, 주택과 상가의 전체 소유자(아파트·상가와 부속 토지를 모두 소유한 자를 말한다)중에서 과반수가 재건축에 찬성하면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5개동 중 어느 하나의 동(棟)이 과반수에 미달되더라도 전체의 합이 과반수면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상가에서 전부 반대하더라도 주택 소유자들의 동의만으로도 전체의 과반수가 충족되면,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강남·서초구 일대 재건축 단지의 경우, 70~80% 동의로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어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 추진위원장이면 동의하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감정이 작용하기도 하며, 대형,소형 평형의 이해관계가 얽혀 조합설립인가를 받기가 어렵다. 본격적 사업시행을 위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 요건이 추진위원회보다 까다롭다. 

먼저 주택 각 동(상가는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간주한다)별 구분소유자의 2/3 이상 및 토지면적의 1/2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 다음, 전체 주택 소유자의 3/4 이상 및 토지면적의 3/4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법 제16조제2항). 동(棟)별 요건이 구비되었어도 전체 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전체가 충족되어도 동별 요건에 미치지 못하면 인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10개동과 2개동 상가의 주택단지가 있다고 하자.
먼저 최소한 모든 주택의 각 동별로 소유자의 2/3 이상과 그 주택의 토지면적(대지지분이 정확한 표현이다) 1/2 이상의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 그 외에도 전체 소유자 수의 3/4 이상과 토지면적의 3/4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전체 요건이 충족되었어도, 동별 요건이 맞지 않으면 인가가 불가능하다. 

대형과 소형주택이 섞여 있는 경우에는 주택소유자 수의 2/3 이상이 충족되어도, 토지 면적 1/2 이상 동의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는 소형 주택의 소유자 수가 충족되었어도, 대형평형에서 반대하여 토지 면적이 부족한 경우로서 이 역시 인가가 불가능하다. 

그 다음으로 거쳐야 할 것이 상가 동의다. 2개동이 상가인 경우, 각 동별 소유자 수와 토지면적 동의는 어떻게 받아야 할까? 
동별 동의가 필요한 주택과는 달리, 상가는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본다.”는 규정에 따라 2개동을 하나로 묶어서 소유자의 2/3 이상 및 그 토지면적의 1/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되지만, 상가동의 문제는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도로 전면부와 후면부에 있는 소유자, 주택 소유자와의 이해관계 등으로 치열하게 대립해 관리처분이 무산되기도 한다. 

추진위원회 등은 상가 소유자들의 반대로 조합설립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가를 분리하여 인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법 제41조 참조). 먼저 토지분할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야 법원에 토지분할을 청구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분할되어 나가는 상가 소유자가 전체 소유자의 1/10 이하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