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왕십리 뉴타운지구내 한 재개발조합과 관련한 조합설립 무효소송에서 ‘백지상태의 조합설립동의서에 의한 조합설립인가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로 인해 각 자치구는 물론 서울시와 국토부에서도 그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 한다. 사실 성격이 다른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과 재건축사업을 한 울타리에 넣고 추진위원회와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때까지 같은 방법으로 동의토록 한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런 우려의 소리는 묻혔고 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그런대로 진행되는 듯 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에 있어서 조합설립의 동의방법은 재건축사업과 여러 면에서 그 성격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정비법 제19조제1항에서는 재개발·도시환경정비조합과 재건축조합을 극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즉, 재개발·도시환경정비조합에서 해당 정비구역안의 모든 토지등소유자는 조합설립 동의를 하지 않아도 조합원이 된다. 이를 강제조합원이라 한다.

 

 

이런 재개발·도시환경정비조합에 반해 재건축조합은 조합설립에 동의해야 비로소 조합원이 된다. 또한, 기존 도시재개발법에서의 재개발·도시환경정비조합의 동의는 지금과는 다르게 조합 설립에 동의하는 것으로 족했다. 그리고 그 동의방법 역시 지금과 달리 동의 자체를 인정했다.

 

 

왜냐하면 조합원들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다양한 형태로 인해 그 권리가액을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래서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동의를 더 받도록 해 부족한 동의를 보강하는 장치를 뒀던 것이다.

 

 

 이와는 달리 재건축사업에서는 집합건물을 대상으로 했다. 재건축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집합건물법에서 재건축결의(현 도시정비법에서는 조합설립 동의로 보고 있음)의 내용으로 ‘신건물의 설계의 개요, 건물의 철거 및 신건물의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산액, 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 신건물의 구분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을 적시해 구체적인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다.

 

 

2003년 7월 1일 도시정비법이 시행되면서 재개발·도시환경정비조합의 설립동의서를 재건축조합에 맞추도록  했다. 이를 인식하지 못한 대다수 재개발 등 정비조합들은 기존의 방식을 사용했으며, 결국 현재와 같은 사태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2월 6일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서 그 성격이 다른 추진위원회의 동의와 조합설립의 동의를 같은 것으로 간주해 추진위원회설립에만 동의해도 이를 조합설립의 동의로 처리해 주겠단다. 더 큰 대란이 일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 조항은 정비사업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망치는 것으로 폐지해야 한다.

 

 

또한, 조합설립의 동의 방법은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6조에서와 같이 동의서에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의 개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 ▲철거 및 신축에 따른 비용의 분담기준 ▲사업 완료 후 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사항 ▲조합정관 등의 내용을 포함해 받도록 하되 재건축조합으로 한정하고, 재개발·도시환경정비조합의 경우에는 그 요건을 완화해 주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다만, 모든 정비사업에 대해 관리처분계획에서 동의 받도록 함으로써 분쟁을 해소하는 차원으로 진행해야 행정청은 물론이고 법원의 업무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도시개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