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도시정비법(이하 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만 해도 18번째다.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면 누구나 한번쯤 발의했을 정도다. 헌데 2009년 후반기로 접어들수록 서울시 주택정책의 입맛대로 국토부는 물론 국회도 끌려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면 서울시 도시정비조례(이하 조례)를 모토로 해 국회가 그에 따라 법률을 맞추는 형국이다.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처럼…

 

 

서울시는 2003년 12월 30일부터 법 개정 2009년 2월 6일 이전까지 법 제4조(정비계획의 입안권자인 자치구청장)의 입법취지와 달리 아무런 위임 없이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계획 수립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토지등소유자의 2/3 이상의 동의를 요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업면적이 확정되기 이전인 정비구역 지정 이전에도 추진위원회를 승인해 줘 결과적으로 정비사업을 과열로 내몰았다.

 

 

MB정권 이후 국토부는 서울시 조례 제6조를 뒷받침해 주려는 듯, 2009년 2월 6일 법 제4조제3항을 신설했다.

 

 

조례와 같이 구청장이 정비기본계획에서 정한 기한 내에 정비계획을 입안하지 않으면 그 1년 이후에나 토지등소유자가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새로운 개정법에 따르면 3~4년 이후에나 구역지정이 가능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비사업은 지연될 것이 뻔하다.

 

 

벌써부터 구청 예산 확보 이유로 정비계획이 늦어지면서 비용부담 관련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관리자 제도’의 출현과 국회 개정 발의안
 여기에 서울시는 최근 느닷없이 ‘공공관리자 제도’를 꺼내 들었다. 담당부서인 공공관리과까지 신설한 것을 보면 끝까지 강행할 태세다. 이 제도는 정비사업의 투명화를 통해 그 이익을 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마무리 짓는 계기라 한다.

 

 

정비사업의 투명성 제고와 함께 사업기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청장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이하 정비관리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추진위원회 구성·승인 과정을 공공이 관리하는 것으로, 40년 이상 각종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었던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기 위한 처방이라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660인, 1230세대 기준 30평 아파트를 예로 들 경우 이 제도를 통해 총사업비의 20% 정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조합원 분담금이 1억원 이상 낮아지고 공사 기간도 1~2년 줄어들 것이라 한다.

때맞춰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는데, 그 주요 내용이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전략정비구역 내의 성수 재개발구역이나 한남재정비촉진구역에 대해 공공관리자 제도를 담보해 주고 있다.

 

또한 정비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토지주택공사, 신탁회사, SH공사 및 한국감정원 등을 공공관리자로 지정해 업무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재정비특별법과 같이 공공관리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대행해 정비업체의 선정,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지원에 관한 사항, 당해 정비구역 내 투입된 도시환경정비기금의 운영에 관한 사항, 정비계획 수립 지원에 관한 사항등의 업무를 취급토록 했다.

 

서울시 종로구청의 경우, 재정비촉진사업 시행자로서 의욕있게 출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SH공사로 넘긴 일, 구청이 공공관리자제도에 직접 참여치 않고 개인회사인 신탁회사까지 공공관리자로 묶어서 위탁하려는 것은 아닌지, 법령의 근거도 없이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는지 궁금하다.

 

 

반면, 용산4구역사건이 9개월 지난 지금까지도 세입자 대책의 근본적인 방안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듯이, 서울시는 자신의 주택정책부터 투명한 마음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