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공공관리제도의 시행을 선언하면서 ‘전략정비구역과 유도정비구역’으로 분류했다. 이 중에서 전략정비구역에서 시범지구로 성수지구를 선두로 해 한남재정비촉진지구(이하 한남지구) 등에도 공공관리 시범제도를 가동했다.
성수 4개 지구는 이미 정비업자를 선정했으며, 이 업체들이 추진위원회 승인을 위해 동의서를 징구한 바 있다.
한남지구 5개 구역에서도 지난달 26일 8개 정비업자를 선정했다. 반면, 유도정비구역인 반포지구 등에서는 언제 사업이 시행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법적 근거가 없어 이에 대처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사실 정비구역은 도시정비법 시행령 별표1에서 위임한 시·도 도시정비조례에 의해 정비구역을 지정하게 되지만, 전략정비구역인지 유도정비구역인지 구분은 관계법령 그 어디를 찾아봐도 근거를 찾기 어렵다.
부당한 경우, 그 법적 근거가 있어야 대처하기 쉽지만, 행정지도나 강제력 없는 계획으로 정비사업을 끌고 나가는 것은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서울시가 구상한 예비 추진위원회(?)의 구성자체도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예비 추진위원장과 감사는 해당지역내 토지등소유자가 선정하되, 부위원장은 추진위원회 입후보자 중 차점 낙선자를 별도의 동의 없이 자동적으로 선정하게 된다. 즉 예비임원 입후보자는 낙선자를 추후 구성될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에 당연직으로 임명한다는 것이다.
예비 추진위원장이 기타 추진위원을 추천토록 했으나,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사실상 다음 기회를 노리며 다툴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벌써부터 추진위원장이 부위원장의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는다거나 자신들의 사람들로 추진위원들을 뽑는다며 의견충돌이 심심치 않다.
이외에도 어떻게 정비업자를 뽑느냐는 것이다. 서울시 등 관계부처에서는 아직도 업체선정 등의 기준이 없다.
서울시와 성동구청은 공공관리제도 안내문에서 성수2지구 1차 정비업자를 선정하며 그의 임무를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는 것’으로 했다. 2차 정비업자 선정은 주민들이 선택적의 행사할 수 있다고 공고한 바 있다.
1차 용역이 끝나는 날인 지난달 24일 추진위원회를 승인받은 성수2지구 추진위원회에서는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11월 18일 ‘2차 정비업자를 선정하겠다’며 석간신문에 광고를 냈다. 참여자격으로 ‘1차 선정 업체를 포함해 다른 업체도 참여시켜 재선정하겠다’고 했으나 서울시가 이를 막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시작한 한남전략정비구역의 경우, 정비업자의 선정기준이 성수지구와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지구마다 선정기준이 서로 달라 떨어진 업체들이 이에 승복하겠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수지구의 경우 700세대 이상의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실적이 있는 정비업자로 했는데, 한남지구에서는 4000세대 이상의 실적을 가진 자로 요구해 일부 해당업체에 맞춰 그를 위한 선정기준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이제야 정비업자의 선정기준을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정도도 준비하지 않고 공공관리 제도를 시작했다는 것이란 말인가.
더욱이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국토부의 태도다. 지난 2월 6일 개정 도시정비법에서는 정비업자는 국토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으로 선정하도록 했고, 이를 위반 시 3년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까지도 국토부가 만들어야 하는 그 기준은 감감무소식이다.
각설하고, 서울시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공공관리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또한, 이를 수수방관하는 국토부의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본시 제도란 법에 의해 만들어져야지 과도기라고 이를 위반해서는 시행한 뒤 그에 맞도록 만들어서는 안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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