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토지만을 소유하고 있는 자가 도시정비법상의 조합원 자격이 있는지 여부와 도시정비법 제16조에 정한 조합설립동의의 상대방인지 여부에 대해 그 자격을 부정하고 있으며, 재건축사업의 주택단지 내에 토지만을 소유하고 있는 자에 대해 집합건물법에의 최고 절차 없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과는 달리 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의 자격이 있으려면 토지나 건축물만 소유해서는 안 되며, 건축물과 그 부속토지까지 소유해야 한다(법 제2조9호 참조). 이 요건을 갖춰야 재건축사업에 동의할 수 있는 자격이 있으며, 또한 사업에 동의하지 않으면 조합이 이들에 대해 최고(催告) 절차 없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공동주택이나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에서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본원칙이다. 위의 대법원 판례는 이를 풀어서 해석한 것에 다름없다.

 

 

지난해 개정된 법령을 살펴보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려면 재건축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건축물과 그 부속토지를 소유한 자임)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를 받으려면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이 정비구역에 포함된 때에는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안의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3/4 이상 및 토지면적의 2/3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추진위원회 구성에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요하지만, 반면 조합설립의 동의는 조합원의 자격이 없는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를 기준으로 한다.

 

 

즉, 조합원의 자격이 없는 자가 신축 주택을 공급받게 되는 조합원의 운명을 결정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이들이 향후의 조합설립에 대한 동의까지도 미리 하는 경우에는 조합설립 동의로 의제까지 해 준다는 것이다. 양자의 동의 대상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의제한다는 것은 지나친 친절이다.

 

 

둘째, 법 개정을 하면서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얻어 아파트 또는 연립주택을 건설한 일단의 토지’를 주택단지의 개념에 포함시켰다.

이는 단독주택 재건축조합의 동의를 구하는 조문에서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이 정비구역에 포함된 때에는…’과 배치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에서 여러 개의 주택단지가 포함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은 설명할 도리가 없다. 법을 개정할 때 서로 관계되는 조문과 저촉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데, 이를 소홀히 한 대가다.

 

 

셋째,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장에서의 세입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상가세입자에 대해서 용산4구역과 같은 문제가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장에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누가 장담할 것인가.

 

 

이렇기 때문에 과천시가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재개발예정구역으로 할 것인지, 단독주택 재건축정비예정구역으로 할 것인지 다투고 있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재정비특별법에서 모든 정비사업은 특례 조항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재건축사업(공동주택, 단독주택 모두 포함)에 대해서만 제외시키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서울시나 수도권에서의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하면서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장을 재개발사업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단독주택 재건축에서 주택공급 대상이 아닌 자들이 재개발사업으로 바뀌면서 주택을 공급받게 되어 부당이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해 관계자들의 비리 등으로 사회적 비리로 연결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그 개정 작업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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