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정 당시 시공자선정 시기 제한

1) 시공자선정 시기(사업시행인가 이후)

 

2002. 12. 30 제정, 2003. 7. 1부터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이전의 재건축사업에는 시공자선정 시기를 통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었다.
재건축사업의 근거 법률이었던 주택건설촉진법은 시공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재건축조합과 등록사업자(민간건설업자)가 반드시 공동사업주체로 재건축사업을 시행하도록 해 공동시행자로서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도록 했다.

그런데 민간건설업자의 조기 사업 참여가 재건축사업의 과열을 부추기고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과 민간건설업자 간 비리발생의 주원인으로 인식,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도시정비법 제정을 통해 재건축사업을 포함한 모든 정비사업에서 민간건설업자는 조합과의 공동사업시행자가 아닌 단순 시공자로만 참여하도록 법률에 규정하면서 그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규제했다.

즉 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정관등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건설업자 또는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건설업자로 보는 등록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도록 했다(법 제11조).

 

 

2) 시공자 선정의 의미

 

시공자 선정은 조합 총회의 의결사항(법 제24조제3항제6호)으로, 총회에서 시공자 선정결의가 있으면 다시 조합과 시공자 간에 도급계약이 체결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경우 도급계약의 체결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으로서 다시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것이 원칙이다(동항 제5호).

도시정비법 규정상 조합의 선정 결의만으로 시공자가 선정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선정결의와 도급계약의 체결이 모두 있어야 시공자가 선정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이 통제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조합이 건설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는 시점을 규율하기 위한 것으로 총회의 선정결의가 바로 시공자선정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3) 시공자선정 시기제한 위반의 효과(사업상 효력까지 부인하기 어려움)

 

제정된 도시정비법에서는 시공자선정 시기제한에 관한 규정을 두면서, 이를 위반한 경우의 법률적 효과에 대해 명시적 규정이 없었다. 다만,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의 시행이 이 법에 위반됐다고 인정 시 필요한 범위 안에서 건교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가 사업시행자 등에게 처분의 취소·변경 또는 정지, 그 공사의 중지·변경, 임원의 개선 권고 그 밖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일반규정을 두었다(도시정비법 제77조제1항).

따라서 이는 도시정비법을 해석하면서 재건축조합이 시공사선정 시기제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시공자선정 자체가 무효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시공자선정 행위 자체를 사법상 행위로 보아 감독관청의 행정처분에 따라 그 행위가 취소되지 않는 한 사법상 효력은 부인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1) 이 법이 제정될 당시 시공자선정 시기제한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형사 처벌규정이 없었는데2). 이는 시공자선정 시기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배경에는 시공자선정 시기제한을 위반하더라도 그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형사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 후자의 해석론의 근거가 될 것이다. 

 

 

 

 

2. 도시정비법 부칙에 따른 시공자선정 신고

1) 법 부칙 제7조제2항의 규정내용

 

 

도시정비법은 시공자선정 시기관련 제한규정을 신설하면서 법 부칙 제7조제2항에 경과규정을 마련했다. 즉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으로서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해 이미 시공계약을 체결한 정비사업 또는 2002. 8. 9 이전에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한 재건축사업으로서 이 법 시행일 이후 2월 이내에 건교부령이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시장·군수에게 신고한 경우에는 당해 시공자를 본칙 제11조의 규정에 의해 선정된 시공자로 본다.’는 규정이다.

당초 정부가 2002. 9. 18 국회에 제출한 도시정비법 제정법률(안)에서는 ‘2002. 8. 9 이전에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한 재건축사업’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회 입법심의과정에서 추가된 것이며, 2002. 8. 9는 정부가 조합설립의 인가를 받은 조합이 선정한 시공자만 인정하기로 발표한 날이다.  

 

 

2) 법 부칙 제7조제2항과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시정비법 시행에 따라 토지등소유자,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이 이 법 시행 이전에 시공자를 선정하지 아니한 경우라면 법 제11조의 규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및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해석론에 따라 시공자 선정이 당연 무효로 간주되거나, 행정청의 감독처분에 따라 시공자 선정이 사후적으로 취소된다.

그러나 도시정비법 시행 이전에 토지등소유자,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이 시공자를 미리 선정하거나 시공계약까지 체결한 경우에도 법 제11조의 취지에 따라 이미 존재하는 시공자 선정행위와 시공계약까지 그 효력이 당연 무효로 되거나 취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시공자로 선정된 지위 또는 시공자 선정에 따른 시공계약의 당사자로서의 지위는 일종의 재산권적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사법상 법률행위가 유효하게 성립된 이후에 도시정비법의 제정으로 그러한 사법상 법률행위를 소급해 무효화시키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금지 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헌법 제13조제2항).

 

 

3) 2003. 8. 31의 시공자선정 신고 법적 성질

 

앞에서와 같이 법 부칙 제7조제2항은 ‘법 시행 이전에 이미 시공자를 선정하거나 시공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법 시행일 이후 2월 이내에 이를 시장·군수에게 신고한 경우 당해 시공자를 본칙 제11조의 규정에 의해 선정된 시공자로 본다.’고 규정돼 문리적으로만 해석할 경우 이 법 시행일 이후 2월 이내(2003. 8. 31)에 시공자선정 신고가 없으면 법 제11조에 의해 선정된 시공자로 보지 않는 것으로 잘못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법 부칙 제7조제2항에서 규정된 신고의 정확한 법적 성질을 우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신고란 사인(私人)이 행정청에 대한 일정한 사실·관념의 통지로 공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강학상 신고는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로 구분된다. 자족적 신고 또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는 자체완성적 공법행위로서 법령 등에 의해서 행정청에 일정한 사항을 통지하고 도달함으로써 효과가 발생하는 신고이며, 수리를 요하는 신고는 법령 등에서 행정청에 대해 일정한 사항을 통지하고 이를 수리함으로써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행정요건적 공법행위로서의 신고이다.

한편 실정법에서는 사인의 공법행위로서의 신고뿐만 아니라 단순한 사실을 파악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성격의 행위에도 신고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를 사실파악형 신고 또는 정보제공적 신고로 부른다.

그렇다면 법 부칙 제7조제2항에서 사용된 신고의 법적 성질은 무엇일까.
신고가 자체완성적 공법행위로서의 신고이든 행정요건적 공법행위로서의 신고이든 그 법적 성질은 완화된 허가제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신고 그 자체 또는 신고와 행정청의 수리로서 적법성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나 법 부칙 제7조제2항에서 규정된 신고는 종전의 시공자로 선정된 지위를 행정청에서 알려주는 사실파악형 신고 또는 정보제공적 신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행정청에 대한 신고가 있어야 비로소 그 적법성이 회복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만일 시공자선정 신고를 정보제공적 신고가 아닌 것으로 해석할 경우 종전의 시공자 선정 또는 시공계약 자체가 불법이거나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가 신고행위를 통해 비로소 적법하게 되거나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러한 해석론은 헌법상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

결국 법 부칙 제7조제2항은 ‘조합설립의 인가를 받은 조합으로서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해 이미 시공계약을 체결한 정비사업 또는 2002. 8. 9 이전에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한 재건축사업의 경우 당해 시공자를 본칙 제11조의 규정에 의해 선정된 시공자로 본다.’는 규정과 ’토지등소유자,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이 이 법 시행일 이후 2월 이내에 시장·군수에게 신고함으로써 이러한 사실을 행정청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통합, 규정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경우 행정청에 대한 신고는 종전부터 유효하게 성립해 존재하던 시공자 선정결의와 시공계약 체결사실을 행정청에게 통지함으로써 행정청이 이를 명확하게 파악하게 하며 법 제77조제1항에 따른 행정처분 등이 발동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그치는 단순한 정보제공적 신고로 이해해야 한다.

 

 

4) 2003. 8. 31까지의 시공자선정 신고의 주체

 

법 부칙 제7조제2항에서는 시공자선정과 관련된 신고의 주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조합 설립의 인가를 받은 조합으로서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해 이미 시공계약을 체결한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조합이, ‘2002. 8. 9 이전에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공자를 선정한 재건축사업’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또는 추진위원회가 신고의 주체가 된다고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도시정비법 시행규칙에서 법 본칙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시공자로 선정됐음을 인정받고자 하는 자는 법 시행 후 2월 이내에 시공계약서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등 법 부칙 제7조제2항에 규정된 요건을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추어 시장·군수에게 신고(시행규칙 부칙 제2조)하도록 돼 있음을 이유로 시공자로 선정됐음을 인정받고자 하는 자에는 시공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법 부칙 제7조제2항에서는 건교부령이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시행규칙 부칙 제2조가 독자적으로 신고주체를 정하도록 위임한 것도 아니므로 법 부칙 제7조제2항의 문언형식과 신고에 관한 일반 법리에 비추어 신고주체를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도시정비법이 제정되면서 종래 공동사업시행자 또는 공동사업주체로 취급되던 건설업자 등이 모두 단순 시공자의 지위로 격하되고 이들이 행정청과 직접 법률관계를 맺는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시공자는 조합과 도급계약을 체결할 뿐, 사업시행·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서를 자신의 명의로 제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법의 제정 이후 행정청에게 일정한 의무를 지는 직접 상대방은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등 사업시행의 주체가 되는 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또한 시공자선정 신고행위가 행정청이 행할 수 있는 사업시행자에 대한 감독처분 등을 저지하는 기능도 있으므로 불이익의 귀속주체인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에게 신고의무를 귀속시키는 것이 법리에 맞는다.

그러므로 법 부칙 제7조제2항은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신고의 주체는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를 얻어 그 동의서를 보관할 수 있는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만이 신고의 주체가 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또한 신고의 주체는 신고를 하지 아니할 경우 파생되는 법적 또는 반사적 불이익의 귀속주체로부터 파악할 수도 있는데, 시공자선정 신고행위가 행정청이 행할 수 있는 사업시행자에 대한 감독처분 등을 저지하는 위한 것으로 해석되는 한 불이익의 귀속주체인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이 마땅히 신고의 주체가 돼야 한다.

 

 

5) 2003. 8. 31까지의 시공자선정 신고기한의 문제

 

법 부칙 제7조제2항에서는 시공자선정 신고를 하고자 하는 자는 법 시행일로부터 2월 이내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시공자선정 신고의 성질을 정보제공적 성격의 신고로 이해하는 한 신고기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이 경우 2개월이라는 기한은 행정청이 법 시행 이전에 시공자로 선정돼 있는 자를 조속히 파악하기 위해 설정된 기한으로 시공자선정 신고가 늦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실관계 파악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마련된 훈시적 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행정청으로서는 법 시행일로부터 2월 후에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으로부터 시공자선정 신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등 법 부칙 제7조제2항에 규정된 신고요건을 충족하는 한 이를 거부하거나 반려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시공자의 신고요구에도 불구하고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를 첨부해 2월 이내에 시공자선정 신고를 하지 아니할 경우 시공자로서는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신고기한의 법적 성격을 이해하는 데에 고려돼야 한다.

 

 

3. 추진위원회와 조합의 관계

도시정비법상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을 위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위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며(법 제13조제1항),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 승계한다(법 제15조제4항).

따라서 종전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추진위원회가 민간건설업체와 공동시행약정(가약정 포함)을 체결하고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경우에도 종전 추진위원회가 행한 시공자선정 행위와 시행약정의 체결에 따른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 승계한다.

 

 

4. 시공계약의 체결

종전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추진위원회가 민간건설업자와 시행약정을 체결하는 경우 우선 가계약의 형태로 시행약정을 체결한 후 조합설립인가의 절차를 거쳐 사업계획승인 전후 본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경우 가약정에서 정한 계약의 해제·해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조합은 도시정비법 시행 이후에도 그러한 본약정 체결의무는 여전히 유효하다 할 것이다.

 

 

(1)국토계획법에서는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규정을 마련하면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그 효력을 발생하지 아니한다(제118조제6항).”라는 명시적 규정을 두어 공법규정 위반에 따른 사법상 법률행위의 효력발생을 부인하고 있다.
(2)도시정비법 제11조의 규정을 위반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도시정비법 제84조의2제1호)은 2005.3.18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비로소 신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