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의원 선거의 여야 최대 접전지였던 서울시 국회의원 후보들의 뉴타운공약 남발로 인해 선거가 끝난 후에도 정치적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형사고발로 이어지고, 같은 한나라당내에서도 오세훈시장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등 당내 갈등까지 증폭되고 있다. 

 

선거 전(前) 여야후보를 막론하고 “뉴타운을 유치하겠다”, “뉴타운사업을 조속히 시행하겠다”는 등 선거공약 외에도 오세훈시장의 4차 뉴타운지구 지정의 무기한 연기, 한나라당내에서의 뉴타운지구 지정권을 국토해양부장관에게 넘겨주도록 법을 고치겠다는 등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부동산투기를 일삼고 불리하면 튀는 부동산중개업자를 속칭 ‘떳다방’이라 한다.

 

문제의 뉴타운사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질문을 통해 그 실체에 접근해 보자.

 

첫째,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떳다방 총선’이라고까지 일컫는 뉴타운사업의 실체는 무엇인가?
둘째, 18대 국회의원 후보들은 과연 뉴타운사업과 재정비촉진사업을 구별해, 이들이 유치하겠다고 한 것이 뉴타운사업인지?
셋째, 오세훈시장이 현재까지 4차 뉴타운지구의 지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정당한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따분하지만 관계 법률의 연혁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뉴타운사업의 실체는 기존의 주택재개발사업이다.
그동안 주택재개발사업들이 개인적 이익을 중심으로 진행돼 오자, 도로나 공원 등 정비기반의 시설설치 등을 위해 서울시는 다수의 주택재개발사업을 하나로 뉴타운지구로 묶는 사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관계법령인 도시재개발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을 입안 중이던 2002. 10. 23, 갑자기 등장한 것이 서울시 시범뉴타운사업(1차 뉴타운사업)으로 그 뉴타운사업장은 은평·길음·왕십리 등 3개소였다.

 

서울시의 전격적인 시범뉴타운사업이 발표되기 이전, 이미 건교부(현재의 국토해양부)는 서울시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강남의 재건축사업과 강북의 주택재개발사업 등을 하나로 묶은 도시정비법을 만드는 중이었다. 이 도시정비법은 시범뉴타운이 발표된 2달 뒤인 지난 2002년 12월 31일 공포돼 그 이듬해인 200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뉴타운을 전격 발표한 것은 이 법안으로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2003년 3월 15일 서울시는 시범뉴타운의 법적 뒷받침을 위해 뉴타운사업의 근거인 「서울시 균형발전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를 제정해 앞서 발표했던 시범뉴타운사업을 이 조례에 의해 진행한 것으로 조치했다.

 

이 조례를 살펴보면, 국회를 통과한 도시정비법이나 도시개발법, 택지개발촉진법 등을 조례 아래 두어 먼저 조례를 통한 지구지정 및 개발계획을 거친 후에야, 이들 개별법들을 묶어서 개발할 수 있는 쿠테타적 특단의 조치를 했던 것이다. 서울시는 시범뉴타운사업에 그치지 않고 같은 해 11.18 용산구 한남2차 뉴타운을 비롯한 12개소를 지정했다. 그야말로 뉴타운사업 천지였다.

 

지방정부의 초법적인 조치를 견제하기 위해 논의됐던 것이 국회에서의 강남북 균형발전모임에서의 새로운 법 제정이었다. 이 새로운 법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그동안 준비해 온  ‘뉴타운특별법’과 건교부 주관으로 급조한 ‘도시구조개선특별법’이 그 근간을 이뤘다. 이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건교부는 실무로 중무장한 서울시를 상대하기에 버거웠다. 결국 새로운 법의 구조는 서울시 조례가 그 기본골격을 이루게 됐던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재정비특별법’)으로, 지난 2005년 12월 30일 제정·공포됐으며 그 이듬해 2006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 와중에 서울시는 재정비특별법이 공포된 며칠 후인 2006년 1월 26일 동대문구 이문·휘경 등 11개 제3차 뉴타운지구를 지정했다. 재정비특별법은 만들어 졌지만, 조례에 의해 뉴타운사업은 서울시 입맛대로 시행됐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재정비특별법은 3차 뉴타운까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과조치를 둬(부칙 제2조), 결과적으로 서울시의 뉴타운지구 지정을 방조했던 것이다.
조례로 진행된 뉴타운사업은 결국 새로운 재정비특별법까지 무력화시켰으며, 이런 뉴타운사업의 실체를 정치인이나 법조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도 한 몫을 했다.

 

뉴타운사업과 재정비촉진사업은 전혀 다르다. 재정비특별법에서는 뉴타운사업이란 용어 자체가 없으며, 재정비촉진사업이라고 한다.
양자의 법률 근거규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뉴타운사업을 계속 진행함으로써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근거규정 외에도 뉴타운사업과 재정비촉진사업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재정비특별법에 의한 재정비촉진사업은 무조건 20㎡ 이상의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조례에 의한 뉴타운사업은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않고 주거지역의 경우 180㎡이상의 경우에만 해당되므로 토지거래허가규제를 받게 된다. 뉴타운사업에 투기꾼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또한, 임대주택의 건설과 관련해서도 뉴타운사업보다는 재정비촉진사업이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는 뉴타운사업이 재정비촉진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다. 그러므로 뉴타운사업과 함께 조례로 시행하는 또 다른 균형발전촉진지구사업의 경우, 재정비촉진사업으로의 편입을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재정비특별법을 제정해 놓고도, 서울시는 여전히 조례에 의한 뉴타운사업(균형발전촉진지구사업 포함) 등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다른 광역시도 별도의 조례를 만들어 오히려 전보다 더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어 그 혼란이 가중된다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다.
특히, 3차까지의 뉴타운지구 지정은 새로운 법률인 재정비특별법에 의한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의제(같은 것으로 취급)받는 실익(實益)이 있지만, 4차 뉴타운은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4차 뉴타운지구의 지정은 옳지 않다. 위의 실익을 변론으로 하더라도, 국회에서 만든 재정비특별법을 무시하면서까지 4차 뉴타운지구를 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18대 총선에서도 별반 다를지 않다. 그 선거공약을 살펴보아도, 재정비촉진사업과 뉴타운사업을 제대로 구별해 공약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재정비촉진사업과 뉴타운사업을 구별해, 새로운 재정비촉진지구의 지정이 필요하다면 그 요건을 정리해 재정비특별법에 의한 절차로 이행하는 것이 불필요한 정쟁(政爭)을 막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