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TV방송에서 ‘집창촌 재개발 광풍,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서울시내 집창촌에 대한 도시환경정비사업(기존의 ‘도심재개발사업’을 말함)의 개발이익 향유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위의 케이스는 그나마 토지등소유자가 실제 사업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개인 또는 개인과 다름없는 법인이 시행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는 개발이익의 향유에 대한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토지등소유자(이하 ‘주민’) 다수가 참여하는 사업방식인 반면,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주민 전체가 아닌 그 일부가 사업주체가 돼 개발이익도 그들이 가져가면서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현저히 떨어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여기에서의 일부란 소수의 토지등소유자이거나 법인인 부동산개발업자이다. 최근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인해 국내 주택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도시환경정비사업·균형발전촉진지구사업이 유망한 사업으로 각광받게 되자, 일부 외국투자자 또는 외국정부기관들이 입도선매방식으로 국내 소규모 법인에게 투자하고, 그 대부분의 이익을 챙겨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필자가 이야기하려는 부분은 개인이나 법인인 부동산개발업자들이 시행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해서다. 이들이 시행하는 사업방식의 문제점 등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폐지된 법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뒤 장기간 방치 후, 갑작스런 시행에 의한 이해관계인들의 재산권침해 발생이다.

 

 

서울시내 많은 도시환경정비구역은 1970년대에 재개발기본계획에 의해 정비구역으로 이미 지정돼 있는 상태다.

 

 

서울의 종로구·중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2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 갑자기 구역지정 변경신청을 통해 사업시행 중에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가능한 것은 구 도시재개발법상의 재개발기본계획에 의한 도시환경정비구역과 재개발구역이 도시정비법상 경과조치를 통해 기존의 상태를 그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도시정비법 부칙 4②). 더군다나, 현행 법령상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구역변경 신청 시의 주민동의 규정도 없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주민의 2/3 이상 동의만 받으면 개인 법인인 부동산개발업자가 모든 주민을 제치고 단독으로 시행할 수 있다(서울시 도시정비조례 제6조제2항). 이들이 이렇게 수 십 년 지난 후 갑자기 주민동의를 용이하게 받는 것도 특혜 때문이다. 그 이유는 사업초기에 시공자를 끌어들여 자금을 쓸 수 있어서다.

 

주택재개발사업이나 재건축사업은 개인만으로는 시행할 수 없도록 하면서, 시공자도 조합설립인가를 받거나 사업시행인가 후에 선정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이와 달리 아무 때나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어, 시공자나 금융사의 자금을 끌어들여 토지를 확보, 주민동의를 쉽게 이끌어 낼 수 있다.

 

 

도심 공동화 현상을 막는다는 명분 등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해서만 폐지된 법으로 수 십 년 전에 정한 구역지정을 인정해주면서 조례상의 2/3의 동의만으로 사업을 확장 변경할 수 있는 것은 중대한 재산권의 침해다.

 

 

둘째, 급조된 소규모 법인이 수천억 원 규모의 사업을 시행할 능력이 있는지다.

 

 

개인과 다름없는 소규모 법인이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사업을 이끌 수 있느냐의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이들 뒤에는 틀림없이 거대한 전주(錢主)가 있게 마련이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중구 일대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인 법인들의 형태를 보면, 5천만 원짜리 법인도 눈에 띈다.

 

 

이들은 오래전 1970년대에 구역지정된 정비구역 내에서 현재의 주민 2/3 이상 동의를 얻으면 사업을 바로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출발한 사업은 추진위원회나 조합설립의 과정 없이 초고속으로 질주한다. 또한 자신들이 만든 규약대로 동의율만 확보하면 사업시행인가를 받게 돼, 동의 받지 않는 나머지는 소유권 확보 없이도 토지 등을 수용하는 권한이 생기는 동시에 행정청의 역할까지 하면서 개발이익은 고스란히 이들에게 넘어간다. 이들이 체결한 이면계약을 살펴보면 이들 뒤에 숨어있는 거대한 전주들이 앗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5천만 원짜리 법인이 시행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사실상 시행능력이 없으며, 뒤에 숨어 있는 전주들이다.

 

 

이런 개인이 수천억 또는 수조원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진정한 사업시행자로 인정해도 되는 것일까.

 

 

셋째, 구체적인 법률적 문제점 및 특혜부분은 다음과 같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 서울 도심에서 시행되고 있는 많은 정비사업들이 이미 폐지된 법으로 수 십 년 전에 구역지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사업시행자 등 전주가 나타나면 기존의 구역을 확장, 변경하여 진행하는 방식은 법령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태이다.

 

 

이와 관련, 논리적인 문제 외에도 법조문의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자.

 

 

▲ 도시정비법상 구역지정 제안 및 구역변경 동의규정이 없다 같은 재개발사업이라도 주택재개발사업은 도시환경정비사업과 달리 주민의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구역지정 제안하는데,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주민제안제도 및 동의제도가 없다(도시정비조례 제5조· 제6조). 그 이유를 미루어 짐작컨대, 앞에서와 같이 수 십 년 전 이미 구역지정을 해 놓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는 구역지정에 대한 주민제안의 필요성이 많지 않으며, 이런 이유로 구역변경 시에도 주민의 동의를 받는 규정도 없는 것이리라. 그러나 일선 자치구에서는 옛날의 구역지정을 인정, 이 구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규정에 없지만 재개발사업의 주민제안 규정을 준용하여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민들의 동의서를 2/3의 동의서로 갈음하고 있다. 이런 법률행위에 대한 법적 효과를 인정할 수 있겠는가.

 

 

▲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구성할 필요가 없다 조합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면 먼저 필수적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사업 시작할 때, 구역지정을 위한 주민제안 시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추진위원회를 승인받으려면 전체 주민의 과반수동의를 얻어야 한다(도시정비법 제13조제2항). 보통 구역지정부터 추진위원회까지는 3~4년 이상 소요된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에도 별도 주민의 4/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야 하는 데 이를 구성하려면 최소한 2~3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나 개인인 토지등소유자나 시행사가 진행하는 사업은 이런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구역지정 제안은 필요 없고, 변경 시에나 2/3 동의만 받으면 사업시행인가까지 걸림돌이 없다.

 

 

▲ 시공자 선정시기의 제한과 이를 위반 시 처벌규정도 없다 재개발조합이나 도시환경정비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으면 시공자를 선정할 수 없다. 시공자를 선정하지 못하면 자금유입 등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어기고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이전에 시공자를 선정하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의 벌금을 받게 된다(도시정비법 제84조의2제1호). 같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도 조합으로 시행하면 시공자를 마음대로 선정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개인이 하면 자유로운지 입법자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이 조항은 전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독소조항이다. 이런 혜택 때문에 조합으로 가지 않고, 추진위원회 전 단계에서 5,000만 원짜리 작은 법인을 만들어 시공사를 선정하고 그 시공사의 보증을 통해 금융기관의 돈으로 땅을 사들여 개발이익을 독점하게 된다. 각 언론매체에서도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유망성과 틈새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들의 행위에 대하여 특혜를 주어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인지. 조합만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제11조제1항은 당연히 개정돼야 한다.

 

 

▲ 부실한 관리처분제도와 주민재정착률 제로 도시환경정비조합으로 시행하는 경우에는 조합원들이 분양받을 수 있지만, 토지등소유자 또는 개인(소규모 법인을 말함)이 시행하는 경우 조합원이라는 개념이 없어지면서 자신들 외에는 모두가 일반분양을 하기 때문에 재정착률이 제로에 가까게 된다. 또한, 개발이익 등에 대한 관리처분 총회도 조합원이 없으므로 이들의 전횡에 좌우될 것은 뻔하다. 이들에게는 조합이 없으므로 조합임원도 없다. 재개발사업에서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관리처분 총회를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이들을 감시할 기구도 전혀 없다. 이로 인한 비리가 발생돼도 처벌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