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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고시와 소의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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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고시와 소의 이익
 
 
 
2003년 이전까지 재개발사업의 근거가 됐던 도시재개발법은 토지구획정리사업법(현행 도시개발법)을 참조해서 만들어진 법률이다. 구획정리사업과 재개발사업은 여러 가지 점에서 유사한 성격을 보였기 때문이다. 양 사업 우선 사업지역내 소유자의 토지나 권리가 사업의 결과 새로운 토지나 권리로 바뀌고, 소유자들은 사업기간 내내 사업의 이해관계인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사업 전후에 토지와 권리가 바뀌는 내용을 사업 중간에 잘 알 수 있도록 행정계획이 수립되고, 사업의 최종지점에 권리를 변환하거나 권리를 부여하는 처분이 존재한다는 점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1934년 조선시가지계획령이 구획정리사업을 한국에 도입한 이래 구획정리와 관련된 수많은 분쟁은 대법원판례를 양산했다. 1980년을 고비로 구획정리사업은 주춤해졌지만, 재개발사업은 활발하게 진행됐고 또 수많은 소송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이 과거 구획정리사업에서 내렸던 판례들을 참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구획정리사업은 재개발사업의 법조문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대법원의 판례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예컨대 환지처분이 내려지면 더 이상의 행정소송이 모두 금지된다는 판례는, 이전고시(분양처분)가 이루어진 후 행정소송을 금지한다는 판례로 이어졌다.

구획정리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환지계획’과 ‘환지처분’이며, 이는 재개발사업의 관리처분계획과 이전고시에 대응하는 제도이다. 환지계획에 의해 새롭게 구획된 환지가 누구에게 공급될 것인가 하는 것이 정해지고, 사업이 완료되고 나면 환지처분에 의해 구소유권이 소멸되면서 환지에 대한 새로운 소유권이 부여된다. 재개발사업에서는 조합원 중 누가 몇 평짜리 아파트를 공급받을 것인지가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해지고, 사업이 완료되면 이전고시에 의해 소유권이 조합원에게 넘어간다. 판례에 의하면 사업을 종료하는 단계에 존재하는 환지처분이나 이전고시는 그 자체도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또 그 앞에 있었던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도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관리처분계획 취소소송의 1, 2심에서 패소한 조합도 이전고시까지만 가면 모든 소송을 무력화할 수 있다.

 
구획정리사업과 재개발사업은 유사한 점을 많이 공유하지만, 차이점도 의외로 많다. 예컨대 구획정리사업은 평면적인 토지의 구획을 변경해서 구토지를 환지로 바꾸어준다는 점에서, 새롭게 아파트를 공급하는 재개발사업에 비해 유연성이 부족하다. 구획정리사업의 환지는 한 필지의 이동경로가 다른 필지들의 운명과 불가분적으로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획정리사업의 종료 후 자신의 환지에 불만을 갖고 있던 사람이 취소소송에서 승소하면 사업 전체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었다. 그래서 대법원도 이런 부담을 고려해서 취소소송을 막고 이를 민사상 금전배상문제로 정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재개발사업은 관리처분계획에서 청산대상자로 정해졌거나 또 이전고시에서 아파트를 자신의 의사와 다르게 받은 자가 있다면 그 자에 대해서만 처분의 취소를 선언해도 별 문제가 없다. 조합이 패소에 대비해 준비해 놓은 보류시설을 공급함으로써 이들의 불만은 정리될 수 있고, 사업 전체가 위험해지지 않는다. 1970년대 정교한 행정소송이론이 없고, 행정소송으로 해도 좋고 민사소송으로 해도 좋던 분위기에서 채택되던 판례이론은 2011년 대한민국에서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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