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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재개발, 한국의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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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재개발, 한국의 재개발
 
 
 
일본에서는 1960년대에 도시의 일부가 퇴락하는 현상을 극복하고자 도시재개발법이 만들어졌다. 일본의 재개발은 1969년 제1종 재개발사업을 원형으로 도시재개발법이 제정됨으로써 시작됐고, 1975년 제2종 재개발사업이 도입되면서 현재의 틀을 갖추게 됐다. 일본에서 제1종으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강력한 수법인 ‘권리변환계획’이 수립되고 그 계획에 맞추어 ‘권리변환처분’이 내려진다. 일본의 재개발에서 전형적인 방식에 해당하는 제1종 재개발사업은 사업시행자가 소유권을 확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권리변환처분이 내려지는 순간 구소유권이 소멸되면서 새로운 소유권으로 바뀐다. 그 후 일본의 재개발사업에는 다시 제2종 재개발사업이 도입됐는데, 전면수용방식을 전제로 공공기관만이 사업시행자가 되며,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이어 ‘분양처분’을 한다는 점에서 제1종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제2종 재개발사업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소유권을 전부 흡수했다가 이를 관리하고 처분하는 계획을 통해 기존의 소유자에게 재배분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도시재개발이라는 용어가 1971년 도시계획법의 개정을 통해 처음 등장한다. 이 당시 새로 도입된 재개발사업에서 이미 ‘관리처분계획’과 ‘분양처분’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어 눈길을 끈다. 오히려 일본에서 제2종 재개발사업이 도입되었던 시점보다 더 일찍 한국에서 제2종 재개발사업과 유사한 사업이 도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새로 도입된 재개발사업은 나중에 입법된 일본의 제2종 재개발사업과 거의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 일본에서 논의만 되고 있었던 제도를 먼저 도입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뿐이다. 
 
이렇게 일본의 제도와 한국의 제도가 서로 다르게 진화하는 중에 한국에서는 이런 저런 필요에 의해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찬성하는 조합원’의 토지를 수용하거나 이전받는 과정을 생략하는 관행이 일반화됐다. 아마도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통상 볼 수 있는 제1종 재개발사업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되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본의 제1종 재개발계획은 사업시행자가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시행자가 분양을 조건으로 수용하도록 정해져 있었던 한국 도시재개발법의 실정법 조항과는 잘 맞지 않았다. 잘못된 관행이 일반화되면서 이 조항은 2003년 도시정비법 제정과정에서 오히려 삭제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의 도시재개발법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한국에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시작된 재건축사업은 당연히 사업시행 전에 조합이 사업대상지의 모든 소유권을 확보하도록 제도화 돼 있었다. 그러므로 조합은 찬성하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정관에 근거해서, 또 반대하는 소유자에 대해서는 매도청구소송으로 소유권을 이전받아야 했다. 찬성하는 조합원이 신탁을 통해 조합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이 관행은 재건축이 재개발과 통합된  도시정비법 하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관리처분계획의 법적 효과가 권리변환인가, 단순 배분인가에 대한 해석문제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만약 권리변환이라면 사업시행자는 사업도중 소유권을 확보할 필요가 없고, 배분형에 불과한 것이라면 사업시행자는 소유권을 모두 이전받아야 한다. 현행 제도상 재건축과 재개발은 동일한 관리처분계획을 공유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양쪽의 실무 중의 하나는 잘못이다. 재개발의 관행이 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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