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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과 일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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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과 일몰제
 
 
 
지금 국회에는 재건축, 재개발의 근거가 되는 도시정비법과 뉴타운의 근거로 활용되는 재정비촉진법을 통합하는 법률이 계류 중이다. 이 법률에는 정비구역지정이나 조합설립인가 이후 후속 절차가 2,3년 지연되면 당해 처분의 효력을 자동적으로 상실시키는 일몰제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도시정비법이나 재정비촉진법에 의해 구역이 지정되고 장기간 방치된 정비사업이나 촉진사업이 정리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긍정적인 것이지만, 정비사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그 법이 제대로 작동될 것인지 우려도 있다.
 
2003년 탄생한 도시정비법으로 무장한 정부가 강남의 재건축과 투기세력에 대한 ‘위대한 성전’을 선포했을 때, 서울의 강북에서 홀연히 뉴타운 혁명이 시작되었다. 도시정비법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공히 통제하는 법률이었지만, 그 당시 강남의 재건축시장이 너무 과열되어 정부는 재건축만 통제하면 맡은 바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정부는 재개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또는 오히려 강북의 재개발이 조금 활성화되기를 바라던 상태였다. 뉴타운의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빈곤한 계층이 많았고, 뉴타운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이들이 헤택을 입는 것이었으므로 정부도 이들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았다. 뉴타운에 대한 정부의 모호한 태도가 지속되면서 강남의 투기자본이 다시 강북과 강서, 인천, 경기도의 뉴타운으로 피신했고, 결과적으로 강남에 대한 부동산정책의 풍선효과는 수도권 전역의 부동산 가격상승을 초래했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재정비촉진법으로 그 후 여기 저기 뉴타운이 지정되었지만,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뉴타운 사업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장시간 교착상태이며, 심지어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이 많아지고 있다. 결국 정부는 뉴타운을 해제해달라는 주민들의 압박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만약 이를 법률에 반영하고 싶으면 재정비촉진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도시정비법과 재정비촉진법을 통합하고 그 와중에 일몰제도 도입되는 것으로 정부의 법률안이 제출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6년전 재정비촉진법을 만들 때 도시정비법과 별개의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그 후에도 정부는 도시정비법과 재정비촉진법이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다. 통합법률의 내용을 보면 두 법률의 물리적인 결합에 불과해 왜 갑자기 두 개의 법률을 통합해서 하나의 법률로 만드는지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통합법률의 유일한 명분은 일몰제인데, 이는 생각보다 깊은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쟁점이다. 우리는 지난 총선에서 얼마나 많은 후보들이 뉴타운을 잘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당선되었는지를 기억하고 있다. 뉴타운의 해제를 요구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사업을 계속하고 싶은 주민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충분히 조율하지 않고 법률이 만들어지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뉴타운과 달리 소규모 재개발사업은 30년 40년씩 지구로 지정되어 최근에야 사업이 진행되는 현장이 많다. 법리상 이렇게 오랫동안 지연되는 지구를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30년 넘게 지구를 존속시켜 온 관행과 달리 모든 재개발지구에 대해 일률적으로 일몰제를 도입하면 전국적으로 큰 파장이 있을 것이다. 일몰제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논의되고 타협해서 입법되어야 하고 지금처럼 포장과 내용이 다르게 도입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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