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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시장을 좌우하는 법과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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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시장을 좌우하는 법과 제도
 
 
 
아파트는 공동주택의 일종으로 사람이 살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되고 거래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아파트의 중요한 기능이 다 설명되지 못하는데, 오랜 기간 가격이 상승된 아파트의 특성에 의해 투자수단이라는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세대들도 아파트를 선택할 때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매입하며, 항상 아파트가격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아파트를 투자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60, 70년대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는 폭발적이었던 반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절박한 주거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정치와 사회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나 공공부문에서 임대아파트를 대량으로 건설하고 공급하는 것이었지만, 그 당시 정부는 이를 감당할 만한 재원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안은 민간에서 많은 아파트를 건설하고 시장에서 이를 소진하도록 주택건설촉진법을 만들고 운용하는 것이었다. 

1975년 서울의 아파트는 6만 가구, 전국적으로도 9만 가구 미만이었으며, 전체 주택 470만 채 중 아파트비율이 2%에 미치지 못했다. 그 후 주택건설촉진법은 기대했던 것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으며, 현재 전국의 아파트는 850만 가구, 서울은 150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약 35년간 전국적으로 840만 가구의 아파트가 신축됐으므로, 아파트만 해마다 20~30만 가구가 증가된 것이다. 이는 현재 서울의 서초, 강남, 송파의 아파트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숫자이다. 아파트 구성비가 이렇게 높은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현상인데, 이를 초래한 결정적인 요소는 아파트가격의 지속적 상승이다. 2010년 현재 전국의 1500만 채의 주택 중에서 아파트가 약 58% 정도에 이른다.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사회가 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대부분이 아파트건설에 투입됐으며, 이는 단독주택 부문의 부진을 초래했다. 아파트 공급의 기본원칙은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공급이었고 이는 실수요자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주택을 공급받은 후 실제로 거주하는 것을 강제하는 방법은 없었으므로 아파트는 전매나 전세제도 등을 통해 다시 시장에 공급되었다. 이렇게 다량으로 공급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시장에서 충분히 거래되는 안정적인 투자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아파트가격의 상승 자체를 법률이 견인하거나 또는 법률에 의해 아파트가격이 하락하는 일은 드물다. 다만 거시적으로 볼 때 아파트시장의 형성이 법률에 의해 견인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아파트가격 상승의 압력이 매우 강할 때 법과 제도가 만들어내는 구도는 부동산자본이 분출하는 통로를 만들고 흐름의 강약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2000년 초반 아파트가격 상승의 압력이 강남의 재건축시장을 통로삼아 진행된 경우나, 2005년을 전후한 강북의 뉴타운을 타고 다시 흐름을 이어간 것도 모두 아파트시장의 특성과 제도가 결합해서 연출된 사건들이다.

오랜 기간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기 시작할 때 그 시작은 도시정비법의 규제를 받는 강남의 재건축이 될 것이다.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보완하되, 시장을 의도적으로 질식시키지 않도록 잘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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