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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인가의 취소와 추진위 그리고 변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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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인가의 취소와 추진위 그리고 변경인가
 
 
 
2009년 대법원이 정비조합의 설립에 대한 다툼을 민사소송에서 행정소송으로 변화시킨 일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해 가을 대법원은 종래 재건축결의무효, 조합설립무효, 창립총회무효 등의 민사소송을 모두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변경시켰다. 이를 통해 정비조합이 성립한 것을 다투려면 구청장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것으로 권리구제방법이 정리되었다. 그 이전에는 민사상 합의, 다시 말하면 동의율이 결여되었음을 이유로 수많은 민사소송에서 조합이 패소하고 있었고, 대법원의 획기적인 태도변화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종래 민사소송으로 조합설립무효를 다투던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행정법상의 문제들이 조합설립인가 취소소송이 허용된 이후에 많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법원의 판결에 의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되었을 때 그 이전에 존재하던 추진위원회와 그에 대한 승인처분이 다시 살아나는 것인지 아닌지 하는 문제가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이다. 그 후 조합설립인가의 취소소송 중에 조합이 변경인가를 받으면 소송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해 하급심에서 계속 엇갈리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전자는 조합설립 인가처분에 선행하는 행정처분의 운명과 관련된 문제이고 후자는 취소소송의 대상인 인가처분에 후속하는 처분에 의해 최초의 인가처분이 어떤 영향을 받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둘 모두 행정법학에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매우 기초적인 문제이지만, 최근 행정법원과 각급 법원 행정부에서 내리는 판결들은 유감스럽게도 행정법의 기본이론과 잘 맞지 않는다.
 
추진위원회의 승인처분과 조합설립인가의 관계는 예비결정과 본처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예비결정이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때 부지선정 처분처럼 발전소건설허가라는 본처분 전 단계에 한 두 개의 선행적 결정을 포함하는 처분을 말하며 본처분에 종속되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예비결정은 본처분이 내려지면 그 속에 흡수되어 별도의 처분으로 인정되지 못하며, 본처분이 취소되면 본처분과 함께 소멸되는 운명에 놓인다. 그러므로 조합설립인가가 판결로 취소되면 예비결정에 불과한 추진위원회의 승인은 당연히 효력을 상실하고 추진위원회도 없는 상태로 되는 것이 이론상으로는 맞다.
 
이에 비해 조합설립인가에 대한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 조합설립인가의 하자는 인가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그 하자를 치유하기 위해 변경인가를 하는 등의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취소소송의 대상은 여전히 최초에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 조합설립인가이며 이것이 판결에 의해 취소되면, 변경인가는 무효가 된다. 이와 달리 인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중 변경인가를 받으면 최초의 인가가 변경인가에 흡수되므로 변경인가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일부 판결들은 행정법의 기본상식에 반한다. 최초의 조합설립인가에 하자가 있다고 생각된 구청과 조합이 그 하자를 치유하기 위해 변경인가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취소소송을 허용하는 취지에 반한다. 대법원도 취소소송 제기 후 하자의 치유는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취소소송을 권리구제의 주된 수단으로 변경할 때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까지 준비했어야 한다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법원은 판례변경 후의 이상한 하급심판결들을 꼼꼼히 심사해야 할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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