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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에 대한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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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에 대한 취소소송과 무효확인소송
 
 
2000년대 들어 재건축사건이 폭증하면서 많은 법적인 분쟁이 민사소송으로 진행된 적이 있다. 2009년 가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조합설립과 관련된 분쟁, 그리고 관리처분과 관련된 분쟁을 행정소송으로 전환함으로써 정비사업의 주요 분쟁들이 이제는 행정법원에서 심리되고 있다. 이렇게 정비조합에 대해 제기되는 소송이 행정소송으로 전환되었지만, 일반인들에게 행정소송이 민사소송과 어떻게 다른지, 또 행정소송 내에서 취소소송과 무효등확인소송이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지 하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문제이다.
 
행정소송은 개인들간의 민사소송과는 달리 피고를 행정청으로 하는 소송이고, 소송의 대상도 행정청이 내린 행정처분이다. 예컨대 행정청이 조세부과처분을 하거나 과징금부과처분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면 금전을 납부할 의무가 상대방에게 생긴다. 만약 처분에 따른 돈을 내지 않으면 행정상 강제징수절차로 경매가 진행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처분의 상대방은 이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제책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행정소송법이 마련해 놓고 있는 제도가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다. 행정청이 내린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가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이고 처분이 위법하면 법원은 처분을 취소해 준다. 이렇게 처분이 취소되면 그것으로 상대방이 받던 불이익은 모두 해소되고 행정청은 돈을 받을 방법을 잃게 된다.
 
행정처분은 물론 돈을 내도록 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데, 정비사업의 현장에서 보면 조합설립을 인가하는 행위나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는 행위 등이 모두 행정처분이다. 조합설립인가는 구청이 정비조합의 정당성을 승인하고, 정비사업을 이끌고 갈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주는 처분이며,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역시 조합 또는 구청이 정비사업의 결과물인 아파트를 조합원에게 분배하고 그에 따른 추가부담금을 배정하는 처분이다. 당연히 조합설립인가 등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고 만약 그 인가에 위법성이 발견되면 법원에 의해 취소판결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 중의 누구라도 그에 불만이 있으면 취소소송을 제기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
 
다만 행정소송법은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을 90일로 정해놓고, 그 기간이 지난 후에 제기되는 취소소송은 구제받지 못하도록 정해 놓았다(제20조). 그리고 예외적으로 행정처분에 중대하고 또 명백한 잘못이 있을 때에는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는 무효확인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그래서 보통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90일의 제소기간이 지나 취소소송을 할 수 없을 때이다. 그러나 무효등확인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기 위해 필요한 중대하고 명백한 잘못이란 우리가 통상 상상하는 잘못보다 크고 치명적인 것에 한정되고, 행정처분의 무효를 주장해서 행정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민사소송에서 어떤 계약이 무효라고 말하는 것과 행정처분이 행정소송에서 무효로 인정되는 것은 질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민사소송으로 판단한 유사사건에서 이를 무효라고 선언한 대법원판결이 있다고 해도, 이는 행정소송에서 처분이 무효라고 속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동의율의 충족되지 못한 행정처분은 위법해서 취소소송을 통해서는 구제될 수 있지만, 90일이 지난 후에도 구제받을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게 상식에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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