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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법과 세입자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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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8월 29일 입법예고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에서는 정비사업 구역 내 주민들에 대한 이주대책의 수립 등 손실보상에 관하여는 토지보상법에 불구하고 대통령령에서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문을 신설했고 동 내용은 지난 10월 30일 신영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에도 동일하게 반영돼 있다.

하지만 도시정비법 개정안만 보고는 이게 무슨 내용일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동 조문은 정비구역 내 세입자에게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주는 것 이외에 토지보상법 규정에 따라 주거이전비도 지급해야 한다는 최근의 법원의 판결에 대응해 세입자로 하여금 둘 중에 하나의 혜택만 선택하도록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국회의장에게 도시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제40조제1항에 신설된 단서조항은 삭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는바 그 주요 취지는 다음과 같다.

재개발사업은 대부분 저소득층이 밀집돼 생활하는 노후하고 불량한 주거지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재개발사업으로 인해서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피해를 받기 때문에 해당지역의 세입자들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최소한의 주거생활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재개발사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 해당 지역 세입자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그들은 재개발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거수준을 유지하기 어렵고 재개발사업의 보상으로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받더라도 그 보증금과 임대료 부담이 자신의 경제수준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재개발사업의 영향으로 인한 주위의 주택 및 전세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기존의 주거지 주변에 재정착하기도 어려워 자신들의 경제적 여건에 맞는 저렴한 주거비의 주택을 찾아서 주변의 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이주하거나, 일터나 자녀의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2007년 4월 12일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을 개정, 재개발사업 지역 세입자에게 임대주택 입주권과 주거이전비 중 하나만을 지급하도록 돼 있었던 것을 둘 다 지급하도록 보상내용을 개선하면서 그 액수도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가계지출비 3개월분에서 4개월분으로 상향조정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재개발 사업의 활성화를 명분으로 관련법을 개정해 임대아파트 입주권과 주거이전비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개정안 제40조 제1항의 단서조항 신설은 현재 인정되고 있는 재개발지역 세입자의 권리를 후퇴시킬 소지가 매우 크다고 우려되는바 동 개정안을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과 관련해 필자 역시 정비구역 내의 세입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간과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하여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정비구역 내의 세입자이면 무조건 임대아파트나 주거이전비의 지급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처럼 재개발구역 내에 위장 전입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세입자의 소득수준이나 재산상태 등에 대한 확인절차 없이 임대아파트 입주권과 주거이전비를 모두 지급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문제점은 도시정비법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을 합리적으로 개정함으로써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재개발사업에서의 세입자 문제만 언급했지만 재건축사업에 있어서의 세입자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의 제정 이후 단독주택 재건축이 허용되고 있으며 재개발사업과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의 경계도 모호하여 토지등소유자의 선택으로 때로는 재개발사업으로 때로는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으로 진행되는 현실에서 왜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가 지급되지 않아야 하는가? 더 나아가 공동주택 재건축사업에 있어서의 세입자에게는 왜 주거이전비가 지급되지 않아야 하는가? 결국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보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정비사업이 재개발사업이냐 재건축사업이냐가 아니라 해당 정비사업으로 인해 실제로 주거이전을 강제당하는 세입자의 객관적인 사회?경제적 여건에 대응해서 주거이전비가 지급돼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향후 진지한 사회적 논의와 법적 검토가 요망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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