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23조는 제1항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는 원칙적인 조항을 두고, 제3항에서 예외적으로 공공필요에 따라 재산권의 침해가 법률에 의해 가능하도록 규정하면서 재산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재산권의 강제적 박탈에 대해 ‘수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에 규정된 수용이란 토지보상법이 채택하고 있는 수용재결이라는 행정처분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 박탈 일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도시개발사업에서의 환지처분이나 재건축사업에 있어서의 매도청구 역시 헌법이 규정한 수용의 개념에 포섭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강학상 공용수용은 공용부담의 일종으로서 공익사업을 위해 법률에 의거해 타인의 토지 등의 재산권을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수용을 통해 반드시 사업시행자가 해당 재산권을 강제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재산권을 소멸시키는 것도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한다.

 

통상적으로 사업시행자가 공익목적으로 소유권자의 의사에 반해 토지를 강제 취득하는 것이 공용수용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라 할 것이지만 해당 공익사업지구 안에서 이뤄지는 광업권 또는 영업권등 권리에 대한 보상은 사업시행자가 해당 권리를 직접 취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해당 권리를 단순 소멸시키는 것이므로 강학상 공용수용에서 말하는 취득에는 재산권의 소멸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한편 우리 헌법은 공공필요가 있는 경우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반드시 하나의 법률에 수용과 손실보상에 관한 모든 것을 담도록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수용의 근거 법률로서 다수의 법률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토지보상법은 헌법상 수용과 손실보상에 관한 일반법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입법됐다.

 

이에 따라 토지보상법은 수용의 근거가 되는 공익사업을 폭넓게 열거하는 한편 그러한 공익사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수용재결의 절차와 손실보상의 내용 등을 세밀히 정하고 있으며, 공익사업의 근거 법률이 별도로 존재하더라도 수용과 손실보상에 관한 자세한 규정들은 당연히 적용되거나 준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토지보상법의 목적에서도 명확히 나타나는데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을 협의 또는 수용에 의해 취득하거나 사용함에 따른 손실의 보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익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통해 공공복리의 증진과 재산권의 적정한 보호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며(토지보상법 제1조), 해당 공익사업으로 국방·군사에 관한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열거하면서 ‘그 밖에 다른 법률에 의해 토지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있는 사업’도 토지보상법상 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토지보상법은 원칙으로 토지보상법이 정한 공익사업은 토지보상법 제20조에 따라 사업인정을 받은 후 수용의 절차로 나아가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 대부분의 공익사업들은 공익사업에 관한 개별 법률에서 정한 실시계획 등에 대해 행정청의 허가·인가 등이 있은 경우 토지보상법상의 사업인정을 받은 것으로 의제하고 그 후 수용의 절차와 손실보상에 관해서는 개별 법률안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토지보상법이 준용되거나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운용하고 있다.

 

결국 실무적 입장이나 입법례 등을 종합해 보면 토지보상법은 공용수용에 대한 일반법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것으로 입법됐고 이에 대한 해석론 역시 동일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토지보상법은 수용이 곧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처분이라는 전제 속에서 입법된 것이어서 도시개발사업에서의 환지처분이나 재건축사업에 있어서의 매도청구와 같은 특수한 형태의 공용수용을 전제로 입법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토지보상법이 수용재결처분의 형태를 띠는 공용수용의 일반법이라는 데에는 큰 이의가 없지만 다른 특수한 형태의 공용수용에도 토지보상법상 규정들이 당연 적용되거나 준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실무의 관점도 그러하다.

 

도시개발사업이나 재건축사업은 모두 토지보상법이 전제로 하는 공익사업이기는 하지만 수용재결의 형식이 아닌 환지처분이나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통해 재산권을 강제 소멸시키거나 취득하는 것이므로 토지보상법이 당연 적용되거나 준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개발사업이나재건축사업에 토지보상법상 손실보상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이나 기준 등이 전면 배제되는 것은 옳지 않다.

 

결국 개별 법률 안에 손실보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직접 규정하거나 토지보상법상 특정 규정들이 준용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개선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