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도시정비법에 규정돼 있는 4가지 정비사업 중 종전 도시재개발법상에 규정돼 있던 주택재개발사업과 도시환경정비사업, 종전 도시저소득주민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임시조치법상 주거환경개선사업이 공공사업 또는 공익사업이라는 점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종전 주택건설촉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은 상당기간 동안 공공사업이 아닌 사적(私的) 개발사업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주택재건축사업이 도시정비법에 규정된 이후에도 과연 주택재건축사업이 공공사업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돼 왔으며, 일반 언론조차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재건축사업도 강제조합원으로 해 매도청구 아닌 수용방식으로 통일
그러나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에서는 도시계획시설사업, 도시개발법에 의한 도시개발사업 및 도시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을 도시계획사업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주택재건축사업을 다른 정비사업과 구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택재건축사업이 다른 3가지 정비사업보다 공공성이 다소 약하기는 하지만 공공사업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오히려 주택재건축사업을 공공사업으로 이해해야 제대로 된 공법적 통제장치들을 섬세하게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도시정비법이 주택재건축사업에 대해서만 수용권을 인정하지 않고 매도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입법적 태도는 재검토될 여지가 있다.
현행 헌법 제23조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라고 규정해 재산권 박탈 등의 경우 공공필요를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주택재건축사업에서의 매도청구권 역시 재건축사업에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의 소유권을 박탈하는 것으로써 헌법상 재산권의 수용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수용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매도청구권을 사권(私權)으로 이해하고 그 행사요건에 공공성이 결여돼 있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과거 주택건설촉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에서 활용되던 매도청구권의 근거 법률인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은 매도청구권의 행사에 재건축결의를 그 전제요건으로 하고, 재건축결의는 건물 건축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돼 건물이 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거나 그 밖의 사정에 의해 건물의 가격에 비해 과다한 수선·복구비나 관리비용이 소요되는 경우, 또는 부근 토지의 이용 상황의 변화나 그 밖의 사정에 의해 건물을 재건축하면 그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현저한 효용의 증가가 있게 되는 경우,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이상의 다수에 의한 결의로 성립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집합건물법상 재건축결의는 집합건물에 대한 공동소유관계의 특수성과 구분소유자 다수의 동의에 터 잡아 허용되는 것으로 ‘건물의 훼손 등’과 같이 국민의 안전과 관련돼 공공성이 인정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비용에 비해 현저한 효용의 증가가 있게 되는 경우 등’과 같은 경제적 사유도 공동주택 ‘다수 소유자들’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좁은 의미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고 이 경우 재건축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자들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국토계획법은 주택재건축사업을 도시계획사업의 하나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도시정비법은 주택재건축사업 역시 원칙적으로 정비구역의 지정과 정비계획의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의 도시계획사업적 측면을 명확히 하는 한편 반드시 안전진단을 거쳐 이를 허용함으로써 주택재건축사업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공동주택 소유자 다수의 합의로부터 공공성이 도출되는 집합건물법상 재건축결의에 의한 재건축사업과 도시정비법상의 주택재건축사업을 동일시해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에 수용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도시계획사업으로서의 주택재건축사업의 법적 성격과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에도 매도청구권 대신 수용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도시정비법을 개정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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