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쇠고기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던 이명박 정부가 다시 강력하게 부르짖고 있는 모토 중 하나가 법질서 확립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불법ㆍ폭력 시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만이 강조되고 있을 뿐 우리 사회에서 무너져 내린 법치주의를 어떻게 회복해 나간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진정 법치주의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제 분야에서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부터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해법이 찾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주택재개발사업 분야에 있어서 법치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문제 중에 하나가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에 관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함)은 주택재개발조합의 조합원을 '정비구역 안에 소재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그 지상권자'로 정의하고 있을 뿐인데, 실무에서는 무허가 건축물의 건축시기를 기준으로 일부 무허가 건축물의 소유자를 조합원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래 무허가 건축물은 건축 관계 법령을 위반한 위법한 건축물이어서 위법상태를 치유하지 않는 한 철거될 운명에 있는 것이므로 도시정비법에서 정하는 건축물의 소유자란 적법한 건축물의 소유자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도시정비법이 특별한 공익적 필요에 따라 무허가 건축물의 소유자를 포함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는 한 무허가 건축물의 소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
그러나 8.15 광복과 6.25 전쟁 등의 혼란기 속에 형성된 수 없이 많은 무허가 건축물들이 실제로 존재해 왔고, 국가가 국민의 최저주거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복지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이하 "서울시 도시정비조례"라 함)가 1981년 12월 31일 현재 무허가건축물대장에 등재된 무허가건축물 등을 '기존무허가건축물'이라고 정의하고 '기존무허가건축물 소유자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사항'을 조합정관에 정하도록 하는 한편, 공동주택의 분양대상자로서 기존무허가건축물 소유자를 인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감안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수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서울시 도시정비조례 관련 조항들이 도시정비법의 명시적인 위임에 근거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혹자는 도시정비법 제20조제1항제2호에서 '조합원의 자격에 관한 사항'을 조합 정관의 기재사항으로 열거하고 있는 것을 그 위임 근거로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석한다면 조합원의 자격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도시정비법 제19조제1항의 규정에 명백히 반할 뿐만 아니라 조합 정관으로 조합원의 자격을 임의대로 창설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며 조합원 강제가입주의를 취하고 있는 도시정비법의 입법적 태도와도 모순되는 문제점이 있다.
아울러 기존무허가건축물 소유자가 조합 정관에 따라 조합원의 자격이 부여되는 것이라면 조합 설립 인가 이전에는 기존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토지등소유자에 해당되지 아니해 조합설립 동의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며,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나 정관의 규정에 따라 조합원으로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한편 일부 다른 시ㆍ도 도시정비조례에서는 기존무허가건축물의 인정 시점을 서울시 도시정비조례와 달리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무허가건축물 소유자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사항'을 정관의 기재사항으로도 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기존무허가건축물 소유자에게 공동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근거 조문도 없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법률을 준수하고 따라야 할 국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법치주의는 제대로 된 법률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법률을 제대로 정비하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법치주의가 아니다.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도 조합원으로 보호해야 할 정책적 필요가 있다면 이를 도시정비법에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다만, 무허가건축물에 대해 조합원의 지위를 인정하는 근거가 국민의 주거안정이라는 공익적 측면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분양아파트를 공급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관리처분계획이 권리변환계획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위법한 건축물의 소유권을 적법한 건축물의 소유권으로 무조건 변환시켜주는 것이 법리적으로 정당한 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불가피하게 위법을 저지른 자를 보호해 주는 것도 국가의 의무이지만 법을 제대로 지킨 자를 더욱 보호해 주는 것이 더 법치주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