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재개발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 종전에는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만 얻도록 규정돼 있던 조항을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와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도록 개정한다고 한다.
이처럼 조합설립요건에 면적요건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당연한 입법이라는 입장이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대지주의 횡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한 개인적 의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우선 도정법의 개정연혁을 살펴보면 1976.12.31 도정법의 전신인 도시재개발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토지등의 소유자 및 조합이 재개발사업을 시행하고자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과 토지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는 한편 토지상에 건축물이 있거나 건축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자가 있는 경우에는 당해 토지소유자 이외에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지상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이 경우 토지소유자와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지상권자의 동의는 각각 당해 토지면적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한 동의로 계산했다.
이처럼 도시재개발법 제정 당시에는 조합설립인가요건에 토지요건이 존재했었지만 1995.12.29 도시재개발법의 전면개정으로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인가 절차가 분리되면서 조합설립인가 시 토지면적 동의요건이 사라지고 사업시행인가 시에만 토지면적 동의요건이 존속하는 것으로 규정됐다가, 2005.3.28 도정법 개정을 통해 사업시행인가 시 토지면적 동의요건도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정비사업의 논리적, 개념적 구조를 살펴보면 정비사업이란 종전 토지 위에 존재하는 모든 노후ㆍ불량 건축물을 철거되고 그 철거한 대지 위에 새로운 건축물을 건축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토지가 정비사업조합원의 출자대상일 뿐 노후ㆍ불량건축물은 본질적인 출자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공익사업의 성격을 갖는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해 철거대상으로서의 건축물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제적인 정비사업 손익의 귀속주체이며 정비사업의 주요 출자자의 지위에 있는 토지소유자의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조합설립인가 시 토지 및 건축물 소유자 총수의 동의기준보다 토지면적 동의기준이 더 본질적이고 핵심적 요소인 것이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경우에도 의결권은 1주당 1개씩 주어지는 바, 이는 출자액의 다소에 따라 의결권이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상법 제296조제2항 참조).
그렇다면 동의율 산정 시 만일 토지면적 요건을 전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도출될까? 예를 들어 정비구역 안에 종전의 무허가건축물 등 건축물만 소유한 자가 다수이고 소수의 토지 소유자만 존재하는 경우 토지등소유자 총수에서 건축물 소유자가 대다수를 차지해 소수의 토지소유자는 조합설립인가부터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까지 정비사업의 모든 중요 의사결정단계에서 그 의견을 반영할 권리를 사실상 상실하게 되며 대다수 건축물 소유자의 전횡에 맞설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되기 어렵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정비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토지소유자 1인이 50% 이상의 토지면적을 갖고 있더라도 다수의 건축물소유자 및 과소토지 소유자들만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도정법이 허용한다면 이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23조제1항에 따른 사유재산권 보장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한편 현행 도시개발법상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종전의 토지구획정리사업법상 토지구획정리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의 인가를 신청하려면 해당 도시개발구역의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소유자와 그 구역의 토지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해(동법 제13조제3항 참조), 토지면적 동의요건이 소유자총수의 동의요건보다 더 본질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도 도시정비법상 동의율 규정 해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이번 도정법 개정안을 통해 조합설립인가요건에 면적요건을 추가하는 것은 입법론적으로 매우 타당한 것이라 할 것이지만, 제도 운영 과정에서 일부 대토지 소유자가 다수의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정비사업 추진의사에 반해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면적요건을 악용하는 일이 없는지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바로 이를 교정할 수 있는 법제도적 보완을 추가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