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안양시 비산동 모 지역주택조합에서 조합장이 아파트를 이중 분양한 사기사건이 발생해 피해자만 백여 명, 피해액은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우리나라 주택조합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에 지역주택조합제도에 관한 필자의 개인적 의견을 두서없이 밝히고자 한다.
우선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 하나는 우리나라 현실에 과연 지역주택조합제도가 적절한가 하는 것이었다. 수십 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지는 주택조합이라는 단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인 조합원이 주택조합의 구성ㆍ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자질을 갖추어야 하고 주택조합제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인간을 그 전제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조합의 조합원 모집을 단순히 조합아파트를 사는 것으로 인식할 뿐 조합원이 된다는 것이 조합주택 건설 사업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 속에서는 조합원의 진정한 조합운영 참여란 기대하기 어렵고 조합장이 임의대로 조합을 운영하더라도 이를 통제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사실 주택조합제도는 1980년대 주택부족과 가격 폭등이라는 사회적 배경 하에 국가나 일반 주택건설업체의 주택 공급능력을 보완하고 무주택 국민으로 하여금 다양한 주택구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이지만 무주택 국민 스스로가 주택조합을 자발적으로 구성ㆍ운영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는 특정 주택건설업체와 관련된 소규모 시행회사(원칙적으로는 주택조합 업무대행 회사이다)가 땅 작업과 주택조합의 조합원 모집을 담당하고 주택조합 설립이 가시화되는 단계에서 특정 주택건설업체가 시공자로 등장하게 것이 통례인바 사실상 일반 주택건설업자가 아파트를 편법 분양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처럼 주택조합제도가 사실상 편법 운영돼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서 정부 역시 이 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법인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정비사업조합과 달리 주택법상 주택조합은 건설사업을 영위하는 민간 사업주체이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면 주택조합제도의 현실을 냉정히 직시하고 주택조합제도를 과감히 폐지하거나 이를 수정ㆍ보완해야 할 책임이 국가에게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행 주택법상 주택조합은 설립인가 당시의 사업계획서상 주택건설예정세대수의 2분의 1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예를 들어 사업계획서상 주택건설예정세대수가 400세대 이상인 경우에는 200명 이상의 조합원을 모아야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경우 정체불명의 어떤 시행회사가 200명 이상의 주택조합의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을 단순한 사인들 간의 거래행위로 보아 행정청이 수수방관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또한 주택조합의 설립을 위해 조합원이 조합 출자금을 납입하는 형태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시행회사가 높은 이자를 제시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유사 수신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이를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 해 공법적 통제를 가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정말 주택조합 제도가 무주택 서민들에게 제 집 마련의 길을 쉽게 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면 일반 분양자들과 같이 주택조합원의 권리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공법적 장치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바, 우선 주택조합의 설립개시단계부터 공법적 규율을 받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택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이를 신고하게 하고, 설립 인가 전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의 행정청의 지도ㆍ감독권을 명문화하는 한편조합원 출자금을 관리하는 예금계좌 등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택조합의 임원들에 대한 결격사유 신설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상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제도와 같이 주택조합업무를 지원하는 자에 대한 제도화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택조합은 무주택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는 점에서 일반 분양을 허용하고 더 나아가 일반 분양분 주택에 대해 조합원 주택과 달리 국민주택 규모 초과 주택 건설을 허용하는 것은 당초 입법취지에 배치되는 것으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