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사업시행예정자와 인근 아파트 주민 간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사업시행방식을 수용방식으로 할 것인가 환지방식으로 할 것인가와 맞닿아 있고 그 중심에 입체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원래 도시개발법상 입체환지란 시행자가 도시개발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특히 필요한 때에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환지인 목적인 토지에 갈음해 시행자에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건축물의 일부와 해당 건축물이 있는 토지의 공유지분을 부여하는 것을 말하며, 종전 토지에 대해 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된 새로운 토지를 교부하는 일반적인 환지(평면환지)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현행 도시개발법의 전신인 「토지구획정리사업법」 제정 당시 입체환지는 행정청인 시행자가 환지계획에 있어서 과소 토지가 되지 아니하게 하기 위해 특히 필요한 때에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환지의 목적인 토지에 갈음해 행정청인 시행자가 처분할 권한을 갖는 건축물의 일부와 그 건축물이 있는 토지의 공유지분을 주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 후 1980년 1월 4일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의 개정으로 당초 행정청인 시행자만 입체환지를 시행할 수 있던 것을 모든 시행자로 확대했으며, 동 내용은 2000년 1월 28일 도시개발법 제정 당시에도 그대로 유지됐으나, 2002년 12월 30일 도시개발법의 개정으로 입체환지의 요건이었던 '과소 토지가 되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해'를 '도시개발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로 변경함으로써 입체환지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입체환지를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법률 개정 과정에도 불구하고 입체환지는 한번도 실무에서 사용된 적이 없었고 현재까지도 입체환지를 활성화 해야 한다는 논의만 분분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착상태는 어디에서 초래된 것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입체환지가 도시정비법상 관리처분계획의 모태라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관리처분계획 역시 입체환지와 유사하게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갈음해 정비사업으로 신축한 건축물의 일부와 부속 토지의 지분을 부여하는 것이지만 도시개발법상 평면환지와 달리 환지와 체비지를 구분하지 않고 토지부담률 대신 통상 비례율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체비지는 환지방식의 도시개발사업에서 평면환지가 행해질 때 사업시행자가 사업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판매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에게 귀속되는 토지를 말하는데 현행 도시개발업무지침은 입체환지를 집단체비지 내에 공동주택 또는 상가를 건설할 수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입체환지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입체환지 부지를 일단 체비지로 지정해야 하며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된 후에 해당 체비지를 입체환지부지로 간주해야 하는 셈이 되는바 이는 현행 도시개발법이 입체환지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면서 종전 토지에 대응해 '시행자에게 처분할 권한이 있는' 건축물의 일부와 당해 건축물이 있는 토지의 공유 지분을 부여한다고 하는 문구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렇다면 입체환지 조문이 왜 이렇게 규정됐을까? 이와 관련해 우리는 입체환지의 대상자가 원래 과소 토지 소유자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때에 과소 토지란 종전 토지를 환지계획에 따라 평면 환지할 경우 환지의 면적이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는 적정 면적에 미달하는 토지를 말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과소 토지의 소유자는 환지처분의 대상이 아닌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자이다.
결국 입체환지는 현금청산 대상자인 과소 토지 소유자를 위한 특별한 정책적 배려에 따라 마련된 제도이므로 환지가 아닌 사업시행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체비지 중 일부에 이를 허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행 도시개발법상 입체환지는 반드시 과소 토지 소유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면환지를 받을 수 있는 조합원의 요청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는 점과 현행 토지소유자 대다수가 평면환지보다는 아파트를 공급받을 수 있는 입체환지를 강력히 선호한다는 점에서 입체환지를 원하는 대상자의 수나 입체환지의 부지면적이 종전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따라서 종전 「토지구획정리사업법」상 과소 토지 소유자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됐던 입체환지 관련 이론과 조문체계는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게 대폭 수정됐어야 했다. 하지만 현행 도시개발법과 도시개발업무지침은 입체환지의 몸집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입던 낡고 작은 옷을 그대로 입히려고 시도하는 형국이다. 그러니 입체환지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겠는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