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상 현금청산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판결을 내렸는 바, 해당 판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본지 38호 16면>.
도시정비법 제47조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토지등소유자가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분양신청을 철회하는 경우에 그 해당하게 된 날부터 150일 이내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토지ㆍ건축물 또는 그 밖의 권리에 대해 현금으로 청산해야 하는 바, 여기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분양신청기간의 종료 이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토지등소유자에 대해 청산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시기는 분양신청기간의 종료일 다음 날이며 분양신청기간의 종료 후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에 대한 청산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시기는 관리처분계획에서 정한 분양계약체결기간의 종료일 다음 날이다.
아울러 도시정비법 제47조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분양신청을 철회한 토지등소유자에게 청산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공평의 원칙상 토지등소유자는 권리제한이 없는 상태로 토지 등의 소유권을 사업시행자에게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권리제한등기 없는 소유권 이전의무와 사업시행자의 청산금 지급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과 관련해 필자는 대법원의 판결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도시정비법 제47조에 따른 현금청산의 법적 성질과 이를 다투는 소송방식에 있어서 그 결론을 달리하는바,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조합은 조합원에 대한 법률관계에서 적어도 특수한 존립목적을 부여받은 특수한 행정주체로서 국가의 감독 하에 그 존립 목적인 특정한 공공사무를 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공법상의 권리의무 관계에 서 있는 것이므로 종국적으로 토지등소유자의 토지 등에 대한 소유권을 박탈하는 현금청산은 토지등소유자에게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조합이 행한 처분에 해당하므로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이를 다투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이 다룬 사안은 청산금 청구의 소와 같은 민사소송의 형태가 아니라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의 형태를 취하거나 최소한 공법상 당사자 소송이 됐어야 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례가 현금청산에 관한 조문을 해석함에 있어 이를 처분으로 보지 않고 민사 소송의 형태로 인식한 근저에는 도시정비법상 현금청산에 관한 조문 속에 소유권 변동에 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8조가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의 토지ㆍ건축물 그 밖의 권리에 대해 현금으로 청산하는 경우 청산금액은 사업시행자와 토지등소유자가 협의해 산정하되 이 경우 시장ㆍ군수가 추천하는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산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협의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입법론적으로는 도시정비법 제47조를 개정해 현금청산 시 사업시행자가 청산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한 경우에는 사업시행자가 종전 토지등소유자의 토지 등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할 필요가 있으며 청산금 산정방법도 이를 법률에 규정하고 현행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8조는 삭제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렇게 현금청산에 관한 근거조문을 수정하더라도 재개발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도시정비법 제38조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정비구역 안에서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토지ㆍ물건 또는 그 밖의 권리를 수용 또는 사용할 수 있는 조문과 경합하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수용제도와 현금청산제도가 서로 양립될 수 있는 것인지, 양립한다면 어떠한 관계로 재설정돼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재건축조합 설립의 동의를 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는 매도청구소송을 통해 소유권을 박탈하는 별도의 제도를 두고 있고 조합원을 재건축사업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로 한정함으로써 토지등소유자와 조합원 개념이 분명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분양신청 및 현금청산의 대상자는 재개발사업이나 도시환경정비사업처럼 토지등소유자가 아니라 조합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 제47조에 규정된 토지등소유자는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조합원을 말하는 것으로 명확히 개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