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 「공공토지의 비축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비축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법률이 제정ㆍ공포됐는 바, 이 법의 취지는 공익 목적을 위해 장래에 이용ㆍ개발이 필요한 용도의 토지를 미리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토지은행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공공개발에 필요한 토지의 사전 확보를 통해 공익사업용지를 원활하게 공급하고 토지수급조절을 통해 토지시장의 안정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으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토해양부장관은 토지수급조사를 통해 공공토지의 비축을 체계적ㆍ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0년 단위의 공공토지비축 종합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한다. 둘째, 토지은행계정을 한국토지공사에 설치해 공공토지의 비축 및 공급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며, 토지은행의 비축대상 토지는 공익사업용지의 원활하고 저렴한 공급과 토지시장 안정에 필요한 공공개발용, 수급조절용으로 구분해 비축하도록 한다.
셋째, 한국토지공사가 공공토지비축 시행계획에 따라 공공개발용 토지를 취득해 공급하려는 경우에는 공익사업시행자가 사업인정을 받은 것을 전제로 비축사업계획을 수립해 국토해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관보에 고시해야 하며, 비축사업계획을 승인받은 경우 한국토지공사는 해당 공공개발용 토지의 취득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토지등을 수용할 수 있다. 넷째, 수급조절용 토지를 취득해 관리ㆍ공급하기 위해서는 비축사업계획을 수립해 국토해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수급조절용 토지는 매입계획 공고를 통해 매매계약으로 취득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와 같은 내용의 토지비축법 제정과 관련해 필자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필요한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익사업용지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미리 확보하기 위해 토지은행제도의 신설이 불가피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를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너무 서두른 나머지 토지비축법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어 이에 대한 사견을 아래와 같이 밝히고자 한다.
우선 토지은행을 신설함에 있어 토지비축법은 한국토지공사 내에 고유계정과 구분되는 토지은행계정을 별도로 두도록 하면서 토지의 비축 및 공급업무를 국가사무가 아닌 한국토지공사의 고유 업무로 규정하고 있는바, 과연 토지비축업무가 공기업의 업무영역인가 하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입법자는 토지비축업무를 한국토지공사의 고유 업무로 규정함으로써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거나 정부기금을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지만 법리적으로는 정부가 토지비축기금을 새로이 신설하고 해당 기금의 운영ㆍ관리업무만을 한국토지공사에 위탁하는 형식으로 입법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었다.
한편 토지비축법은 공공개발용 토지의 비축과 관련해 공익사업시행자가 사업인정을 받은 경우에만 한국토지공사에게 토지비축을 허용하고 있지만, 공공개발사업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이하 ‘토지보상법’)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으로 규정함으로써 공공개발사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문제점이 있고 사업시행자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아울러 토지비축법은 공익사업시행자가 사업인정을 받은 것과 별도로 한국토지공사가 국토해양부장관으로부터 비축사업계획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면서 비축사업계획의 승인ㆍ고시일을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의 고시로 보는 규정을 또 두고 있는바, 이렇게 될 경우 하나의 공익사업에 두개의 사업인정이 존재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특히 공익사업시행자의 사업인정 시점과 한국토지공사의 비축사업계획 승인 시점 간에 다소간의 시간 차이가 발생할 경우 보상가액의 산정기준이나 이주대책의 수립기준에 상당한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토지비축법은 토지은행계정의 주요 재원을 한국토지공사의 토지은행적립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토지은행적립금은 한국토지공사의 고유계정사업을 통한 상당한 이익 발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매우 모순된 관계에 있다. 즉 한국토지공사가 고유계정사업을 통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남겨야 안정적인 토지은행 재원이 확보된다는 것은 무언가 이 법의 존재목적을 의심하게 하는 한 원인이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