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도시정비법(지난 2월 6일 개정·공포된 법률) 제13조제2항에 따르면 시장·군수 또는 주택공사등이 아닌 자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정비구역지정 고시(정비구역이 아닌 구역에서의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결정을 말한다) 후 위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의 위원 및 운영규정에 대한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장·군수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바, 개정 전 도시정비법 규정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선 추진위원회의 설립 시점이 정비구역지정 고시일 이후로 명시된 것과 추진위원회 구성 시부터 반드시 운영규정을 제정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주택재개발, 주택재건축사업과 같은 정비사업은 도시계획사업이며, 정비사업조합은 특수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법상 행정주체이므로 정비사업조합을 설립하기 위한 전 단계에 존재하는 추진위원회 역시 공법상 비법인 사단으로서 헌법상 단체결성의 자유와 사적 자치의 원칙이 강조되는 사법상 단체와 확연히 구분돼야 하고, 추진위원회의 구성 시기는 공법적으로 적절히 통제돼야 하므로 구성 시기를 토지등소유자가 임의로 선택하거나 도시정비조례 또는 행정청의 유권해석에 맡기기보다 도시정비법에서 이를 직접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피력한 바 있다(본지 제26호 칼럼 참조).
따라서 늦은 감이 있지만 이를 반영해 도시정비법이 개정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한다. 하지만 추진위원회와 관련돼 해결되지 못한 몇 가지 법적 쟁점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바 그 중 한 가지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추가로 밝히고자 한다.
현행 도시정비법상 추진위원회는 조합 전 단계의 조직체로서 제정 당시 이미 존재하던 추진위원회, 준비위원회 등의 사실상 단체를 법적 개념으로 단순 수용한 것이지만, 그 개념적 틀이나 구성체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도시정비법은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자 하는 경우 위원장을 포함한 5인 이상의 위원과 운영규정에 대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만 하고 있을 뿐 추진위원회가 추진위원으로만 구성되는 사단인지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하는 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사단인지를 명확히 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실무에서는 추진위원회란 추진위원으로만 구성된 사단으로 보고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 자는 그 동의의 효력에 따라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 구속되는 것으로 이해한다(한편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하지 않은 자는 운영규정에 따라 주민총회 의결권 등 제한된 권리만 인정된다).
하지만 이렇게 이해할 경우 추진위원으로만 구성되는 사단과 추진위원을 포함해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 자 전체로 구성되는 사단이 이중으로 존재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하지 않은 자도 구성원으로 인정할 경우 더 넓은 의미의 사단개념이 필요하다). 정비사업조합의 경우 사단은 조합이고 총회, 대의원회 등은 조합의 기관에 불과한 점에 비춰 보면 현행 추진위원회에 대한 법적 이해에 상당한 오류가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따라서 추진위원회란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 자들로 구성되는 사단으로 이해하고(이하 ‘광의의 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은 광의의 추진위원회를 대표하는 대표자로, 추진위원으로만 구성되는 협의의 추진위원회는 조합의 대의원회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법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비사업조합의 경우에는 도시정비법이 조합원 강제가입제를 채택함에 따라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는 자도 조합원이 되고 조합 정관에 따른 구속을 받게 되는 점이 명백하지만 추진위원회의 경우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하지 않은 자가 광의의 추진위원회의 구성원이 된다거나 운영규정에 기속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국토해양부장관이 도시정비법의 위임에 따라 고시한 운영규정에서는 추진위원회 구성에 대한 동의여부를 불문하고 토지등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주민총회를 광의의 추진위원회의 기관으로 명시하는 한편 추진위원회 위원장·감사의 선임, 운영규정의 변경,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등을 주민총회의 고유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대한 정당한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필자는 현행 도시정비법과 같이 추진위원회에 대한 정확한 개념 설정 없이 막연히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추진위원회 구성에 대한 동의여부를 따지지 않고 토지등소유자 전원으로 주민총회 등이 구성되는 것으로 운영규정에서 규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옳지 않으므로 이를 면밀히 재검토해 도시정비법에 직접 규정함으로써 추진위원회 단계에서의 토지등소유자의 공법적 권리·의무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