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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음에도 죽지 않은 아파트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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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지구는 1976년 1월 28일 개정된 도시계획법 시행령에 따라 처음 도입된 제도로서 토지이용도의 제고와 주거생활의 환경보호를 위해 아파트의 집단적인 건설이 필요한 때 도시계획으로 결정되는 용도지구의 하나였다. 하지만 아파트지구는 단순히 용도지구 안에서의 건축행위를 제한하는 소극적인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수단으로서 도시계획사업지구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파트지구는 해당 지구를 개발하기 위한 법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었는바, 그 기능은 종전의 주택건설촉진법이 담당하도록 계획됐다. 이에  따라 주택건설촉진법은 1977년 12월 31일 개정돼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의 수립, 아파트지구개발사업의 시행자 및 아파트지구개발사업의 시행절차에 관한 3개 조문을 신설하게 된다.
 
도시계획법에 따른 아파트지구가 지정되면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터 잡아 토지의 소유자 또는 그들이 설립하는 조합이 아파트지구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전형적인 형태다. 조합이 설립돼 아파트지구개발사업을 시행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건설회사가 아파트지구 안의 토지를 전부 매수해 시행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래 아파트지구는 단독주택 건설 위주의 당시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단독필지 위주의 일정 구역에 무조건 아파트를 건설하도록 함으로써 주택보급율의 급격한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적 목적을 가진 것으로 토지소유자에게는 상당한 재산권 제약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 더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투자가치가 높은 주거형태로 인식됨에 따라 아파트지구 지정이 오히려 불필요한 제도로 인식됐다. 이에 따라 2003년 5월 29일 주택건설촉진법을 주택법으로 개정하면서 부칙에서 아파트지구개발사업을 폐지하고, 2003년 11월 29일 종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을 주택법 시행령으로 개정하면서 부칙에서 국토계획법 시행령상의 아파트지구도 폐지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주택법이나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아파트지구를 삭제하기보다 국토계획법 시행령상의 아파트지구를 먼저 폐지하고 주택법상의 아파트지구개발사업에 관한 조문들을 삭제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더 타당했으리라 판단된다.
경위야 어쨌든 아파트지구는 이미 폐지돼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여전히 아파트지구가 살아 있고,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도 그 규범력을 잃지 않고 있다. 어떻게 된 연유일까. 이는 2003년 5월 29일 개정된 주택법 부칙 제9조에서 ‘이 법 시행 당시 도시계획법에 의해 지정된 아파트지구의 개발에 관해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어, 아파트지구는 폐지돼도 아파트지구의 개발기본계획은 여전히 살아 있도록 입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지구가 폐지됐음에 불구하고 아파트개발기본계획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법적 태도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파트지구가 개발과 관리라는 2가지 목적을 갖고 도입된 제도여서,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에 따라 아파트 건설이 완료돼도 아파트지구가 해제되는 것이 아니고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이 여전히 살아남아 건축제한의 기능을 수행했기 때문에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이 사라지면 아파트지구 관리에 상당한 장애가 있으리라는 전제 하에 그런 경과조치를 둔 것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도시개발사업이나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이 완료되면 도시개발구역이나 정비구역의 지정이 해제되고 이에 터 잡아 개발계획이나 정비계획이 실효되며 지구단위계획이라는 별도의 도시계획이 관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지구 역시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에 따라 아파트 건설사업이 완료되면 아파트지구 지정이 해제되고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의 역할도 소멸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지구단위계획이 바통을 이어받아 도시계획적 통제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아파트지구가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이 계속 살아남는 것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을 지구단위계획으로 보고, 아파트지구는 해제되고 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 역시 폐지된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죽지 않은 아파트지구, 아파트지구는 살아 움직이는 유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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