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의 소유권을 박탈하는 수단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 및 재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수용재결을, 재건축사업에 대해서는 매도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도시정비법이 제정되기 전에 도시환경정비사업 및 재개발사업의 근거 법률인 「도시재개발법」과 재건축사업의 근거 법률인 「주택건설촉진법」(이하 주촉법) 및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상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한 데 기인하는 것이지만 재건축사업에 있어서의 매도청구에 관해서는 상당한 질적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실무에서는 이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부족한 듯 해 필자의 의견을 간략히 밝히고자 한다.
우선 종전 재건축사업의 근거 법률이라 할 수 있는 주촉법은 매도청구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은 두지 않고 집합건물법 상 매도청구의 행사요건이라 할 수 있는 재건축 결의율만 완화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즉 집합건물법 상 재건축 결의는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5 이상에 의한 결의여야 하지만 주촉법은 이에 관한 특례규정을 마련, 한 주택단지 안에 여러 동의 건물이 있는 노후·불량주택의 소유자들이 재건축할 시 집합건물법 제47조제1항·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주택단지 안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2/3 이상, 주택단지 안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4/5 이상의 결의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던 것이다. 이는 재건축사업의 성격을 사적(私的) 개발사업으로 보고 사법(私法)인 집합건물법이 당연 적용되는 것으로 인식한 것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 도시정비법은 종전 주촉법상 재건축사업을 공공사업으로 새로이 편입하고 ‘사업시행자는 재건축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①조합설립의 동의를 하지 않은 자, ②건축물 또는 토지만 소유한 자 및 ③시장·군수 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의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를 하지 않은 자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집합건물법 제48조의 규정을 준용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재건축결의는 조합 설립의 동의(③의 경우에는 사업시행자 지정에 대한 동의를 말함)로 보며, 구분소유권 및 대지사용권은 사업시행구역 안의 매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로 본다’는 내용의 매도청구에 관한 근거 조문을 직접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 상 재건축사업의 경우 사법인 집합건물법 상 매도청구에 관한 조문이 당연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공법(公法)인 도시정비법 상 매도청구에 관한 조문에 근거해 그 절차만 준용될 뿐이다.
그러면 도시정비법 상 매도청구에 관한 조문의 신설로 달라진 부분은 무엇일까. 우선 집합건물법은 매도청구의 행사권자를 ‘재건축의 결의에 찬성한 각 구분소유자, 재건축의 결의내용에 따른 재건축에 참가할 뜻을 회답한 각 구분소유자 또는 이들 전원의 합의에 의해 구분소유권 및 대지사용권을 매수하도록 지정된 자’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자’로 일원화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정비법 상 재건축사업에서는 통상 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조합만이 매도청구의 행사권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집합건물법은 매도청구의 행사시기와 관련해 재건축결의가 있은 때에는 지체 없이 그 결의에 찬성하지 않은 구분소유자에 대해 그 결의내용에 따른 재건축에의 참가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최고하고, 최고 수령일로부터 2개월 이내의 회답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그 기간만료일부터 2개월 이내에 매도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도시정비법은 ‘재건축결의’를 ‘조합설립의 동의’로 보도록 의제하고 있으므로 ‘조합설립의 인가시점’이 모든 절차의 출발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집합건물법은 매도청구의 목적물을 ‘구분소유권 및 대지사용권’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도시정비법은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업시행자는 재건축사업에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지상권·전세권·임차권·저당권 등이 설정돼 있어도 이를 해소할 목적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봐야 하며, 이 경우 재건축사업에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뿐 아니라 관계 권리자를 공동피고의 형태로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실무에서는 현행 도시정비법 상 매도청구에 관한 조문의 개정취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집합건물법 상 매도청구에 관한 해석론만이 지배적이어서 매도청구소송의 당사자는 재건축사업에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만이 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법이 바꼈음에도 과거의 관성대로 움직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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