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법」상 건축물 등의 이전과 제거
현행 「도시개발법」은 시행자가 환지 예정지를 지정하거나 종전의 토지에 관한 사용 또는 수익을 정지시키는 경우나 「국토계획법」에 따른 기반시설의 변경·폐지에 관한 공사를 시행하는 경우 필요하면 도시개발구역에 있는 건축물과 그 밖의 공작물이나 물건 및 죽목, 토석, 울타리 등의 장애물을 이전하거나 제거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이 경우 행정청이 아닌 시행자는 미리 관할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도시개발법 제38조제1항).
실무에서는 위 조항에 따라 지장물의 소유자는 해당 지장물을 이전·제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지장물의 소유자가 자진 이전을 거부할 경우 사업시행자는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행정대집행을 통하여 지장물의 이전·제거가 가능한 것으로 이해해 왔다. 하지만 종전 「토지구획정리사업법」상 건축물 등의 이전과 제거에 관한 판결이기는 하나 이를 부인하는 대법원 판결(2010.6.24. 선고 2010두1231 판결)이 새로 나왔는바, 그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다.
「행정대집행법」상 대집행의 대상이 되는 의무는 ‘법률(법률의 위임에 의한 명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직접 명령됐거나 또는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행위로서 타인이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집행계고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법령에 의해 직접 명령되거나 법령에 근거한 행정청의 명령에 의한 의무자의 대체적 작위의무 위반행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피고 행정청이 계고처분의 근거 법령으로 삼은 종전 「토지구획정리사업법」제40조제1항은 ‘시행자는 제56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환지예정지를 지정하는 경우, 제58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종전의 토지에 관한 사용 또는 수익을 정지시키는 경우나 공공시설의 변경 또는 폐지에 관한 공사를 시행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시행지구 안에 있는 건축물 등 및 장애물 등을 이전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건축물 등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에게 직접 그 이전 또는 제거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아님은 법문상 명백하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은 사업시행자가 건축물 등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에 대해 그 이전 또는 제거를 명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점, 한편 사업시행지구 안에 있는 건축물 등이 위법 건축물 등일 경우에는 그 소유자 또는 점유자에게 이전 또는 원상회복이나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따로 규정하고 있는 점(종전 토지구획정리사업법 제39조제3항), 이 사건 조항의 취지는 사업의 시행에 장애가 되는 위법 상태를 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상태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려는데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에 의한 건축물 등의 이전 또는 제거에 소요되는 비용은 사업에 필요한 비용으로서 사업시행자가 부담한다고 해석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조항은 사업시행자에게 직접 건축물 등을 이전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규정일 뿐, 사업시행자에게 건축물 등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에게 그 이전 또는 제거를 명할 수 있는 권능까지 부여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계고처분은 「행정대집행법」상 명령된 지장물 이전의무가 없음에도 그러한 의무의 불이행을 사유로 행해진 것으로 위법하다.
그렇다면 실무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대법원 판례는 종전「토지구획정리사업법」상 건축물 등의 이전·제거에 관한 조문을 해석함에 있어 사업시행자에게 건축물 등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에 대해 그 이전 또는 제거를 명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한 것은 아니지만, 사업시행자에게 직접 건축물 등을 이전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한 규정이라는 것은 확실히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시행자로서는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퇴거를 전제로 직접 건축물 등을 철거할 수는 있지만, 사업시행자가 건축물 등을 점유하고 있는 소유자 또는 점유자를 어떻게 퇴거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물론 건축물 등의 이전·제거를 위해서는 사업시행자가 그 손실을 미리 보상하도록 한 규정을 근거로 사업시행자가 손실보상을 한 경우 해당 건축물 등의 소유권은 사업시행자에게 이전됐다고 보고, 소유권에 기한 건축물 등의 명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공법적 처분이 아닌 명도소송이라는 민사적 해결방안이 개입되는 문제가 있다. 입법론적으로는 「도시개발법」상에 대인적 행정처분으로서의 퇴거명령제도를 도입하고 이에 불응하는 경우 이행강제금, 공급거부 등을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