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도시정비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고찰
정부가 지난 달 14일 국회에 제출한「도시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내용은 ①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시장에게 조례 제정권한 부여 ② 정비구역 지정에 관한 시·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시·군·구 도시계획위원회로 이양 ③ 조합설립인가 신청의 자동인가제 도입 ④ 정비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 방법 개선 ⑤ 용적률 특례 적용대상이 되는 세입자 대책 범위 확대 ⑥ 현금 청산 지연에 따른 이자 지급 ⑦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계획 인가의 시기 조정 등인데, 이를 살펴보면서 느낀 필자의 의견을 간략히 밝히고자 한다.
우선 종전에는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가 시장·군수·구청장의 신청에 따라 정비구역을 지정하거나 지정 내용을 변경할 때 시·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던 것을, 앞으로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정비구역의 지정이나 지정내용의 변경을 요청하기 전에 시·군·구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만 거치도록 개정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도시정비법 개정법률안에 구체적인 개정이유가 서술돼 있지는 않지만, 통상 시장·군수·구청장이 정비구역의 지정 신청 전에 해당 시·군·구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치고,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 또 다시 시·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침으로써 정비구역 지정에 소요되는 기간이 장기화 되는 것을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필자는 일반적인 시의 경우 해당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특별시 및 광역시의 경우에는 구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보다는 종전처럼 특별시 및 광역시의 지방도시계획위원회가 심의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현실상 각각의 자치구보다는 특별시 및 광역시 전역을 하나의 생활권 단위로 이해하는 것이 옳고, 이에 터 잡아 각종 도시계획을 검토하는 것이 더 정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구청장이 구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하더라도 특별시장 또는 광역시장이 특별시 및 광역시 전체의 도시계획적 차원에서 이를 거부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특별시장 또는 광역시장은 독자적인 결정보다는 법률상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해당 특별시 또는 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개정 취지처럼 정비구역 지정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도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특별시 또는 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기능을 무조건 구 도시계획위원회로 이양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도시정비법 개정법률안은 현금 청산 지연에 따른 이자 지급 조항을 신설하고 있는데, 이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 등에 대해서 사업시행자가 150일 이내에 현금으로 청산하도록 하고 있으나 부동산경기 침체 등에 따른 고의적 분양 지연 등으로 청산금 지급을 지연해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조합원 등의 권리가 침해되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법적 기한 내에 현금으로 청산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관 등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과연 이 조문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시정비법 개정법률안은 현금 청산 지연에 따른 이자율을 ‘정관 등’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나 사업시행자가 이를 정관 등에서 정하지 않을 경우에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현금청산 조합원이 결국 정비사업에 비협조적인 조합원이라는 점에서 현금청산 조합원에게 유리한 이자율을 정할 것을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시행자로서는 현금 청산에 대한 이자율을 정하더라도 연 1% 이하 등 현금청산 조합원에게 사실상 의미 없는 이자율을 정할 것이 뻔하다.
이는 현행 도시정비법이 관리처분계획에 있어서 조합원의 종전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산정 시 조합원이 둔 세입자로 인해 손실보상이 필요한 경우 ‘조합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조합원이 둔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액을 뺀 나머지 가격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으로 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정관에 반영한 조합은 거의 없다는 사실과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도시정비법 개정법률안은 현금청산의무 발생 기산일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를 세분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나, 도시정비법상 이주 및 철거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에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청산 의무 발생 기산일은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은 날의 다음날’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현금청산 대상자의 급증으로 정비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이 경우 모든 위험부담을 잔여 조합원이 부담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므로 현금청산 조합원 비율이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정비사업조합을 해산토록 하는 제도 등의 신설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