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개념, ‘재건축결의’
재건축사업과 관련된 상당수 민사소송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행정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는바, 최근에 있었던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간략히 피력하고자 한다.
우선「대법원 2009.10.15. 선고 2008다93001 판결」은 원고가 「도시정비법」상의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안과 사업시행계획안 등에 대한 총회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민사소송으로 제기한 사안에서, 그 소는 행정소송법상 당사자 소송에 해당하므로 행정법원에 전속관할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이 판례는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공법인으로서, 그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행하는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행정주체인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의 존부나 효력 유무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소송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이는 행정소송법상의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나아가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인가·고시까지 있게 되면 관리처분계획은 행정처분으로서 효력이 발생하게 되므로, 총회의 결의의 하자를 이유로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관리처분계획의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해야 하고, 그와 별도로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총회결의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효력 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라는 「대법원 2009.9.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당연한 판결이지만 세부 판결내용을 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소는 도시정비법상의 재건축조합인 피고를 상대로 2006년 8월 11일자 정기총회 안건 중 ‘재건축재결의의 건(제1호)’, ‘관리처분계획(안) 승인의 건(제6호)’ 및 ‘사업계획변경승인의 건(제8호)’에 대한 총회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인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사건 재건축재결의는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에 따라 달라진 내용을 다시 재건축결의의 형식으로 결의하는 것으로 그 결의 내용은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안 승인결의의 내용과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면서 ‘도시정비법이 시행된 후에는 조합설립결의, 사업시행계획이나 관리처분계획 등에 의하지 아니한 ‘재건축 결의’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조합원에게 권리변동의 효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재건축결의가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판례인 「대법원 2010.7.29. 선고 2008다6328 판결」 역시 재건축조합 총회결의 무효 확인소송을 행정법원으로 이송토록 한 것인데 사건경위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제1차 재건축결의는 피고 조합이 1999년 9월경부터 2002년 12월경까지 재건축동의서를 토지?건물 소유자들로부터 받는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제2차 재건축결의는 2005년 7월 23일 피고 조합의 정기총회 이후 원심 변론종결일까지 일부 조합원들로부터 위 재건축동의서와는 다른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동의 및 재건축결의서’라는 서면을 받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터 잡아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이 시행된 후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건축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할 법적 이익은 없다 할 것이나,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무효 확인을 구하는 제2차 재건축결의는 구「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도시정비법 하에서 새로이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동의 및 재건축결의서”라는 동의서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조합설립변경 결의 또는 사업시행계획 결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청구는 위 동의서에 의해 이뤄진 조합설립변경 결의 또는 사업시행계획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에 있어서 ‘재건축결의’가 해석상 ‘조합설립변경 결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인데, 이는 도시정비법이 종전「주택건설촉진법」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재건축결의’라는 개념을 폐기하고 ‘조합설립 동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채택한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조합설립변경 결의’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아직 ‘재건축결의’의 개념적 영향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현행 도시정비법은 조합의 설립이나 변경에 있어서 서면동의의 방법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조합설립 결의’나 ‘조합설립변경 결의’라는 용어보다는 ‘조합설립 동의’나 ‘조합설립변경 동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