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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인가 취소조항의 법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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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인가 취소조항의 법적 문제
 
 
주택재개발사업이나 주택재건축사업을 한다고 하면 무작정 부동산 가격이 오르던 때가 점점 옛날의 추억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젠 정부나 언론 모두 출구전략을 논하면서 어떻게 정비구역을 축소하고, 정비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지난 2월 1일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가장 주목받는 조문이 조합설립인가 취소에 관한 제16조의2이다.
 
이 조문은 2014년 1월 31일까지 유효한 한시적 규정으로서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2분의 1 이상 3분의 2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동의 또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로 추진위원회의 해산을 신청하는 경우, 조합설립에 동의한 조합원의 2분의 1 이상 3분의 2 이하의 범위에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동의 또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로 조합의 해산을 신청하는 경우 및 제4조의3에 따라 정비예정구역 또는 정비구역의 지정이 해제되는 경우에는 시장․군수가 추진위원회 승인 또는 조합 설립인가를 취소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시절 무분별하게 추진되었던 주택재개발사업이나 주택재건축사업에 대한 반성으로서 이 조문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 하지만 이 조문은 법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데, 이에 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조합설립인가의 법적 성격이 조합에게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는 설권적 처분이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조합설립인가가 설권적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조합원들이 조합설립에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조합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행정청이 조합설립인가를 한다는 것은 해당 정비사업의 공익성과 조합의 정비사업 수행능력 등을 감안하여 새로운 행정주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성립된 행정주체로서의 조합은 존속력이 강하게 부여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규정은 단순히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만 있으면 행정청으로 하여금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설립인가가 특허라면 조합설립인가의 취소는 특허의 철회가 같은 의미를 갖는데, 조합설립인가 취소에 있어서 행정청이 공익과 공익, 공익과 사익, 사익과 사익 간의 비교형량 없이 무조건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비록 해당 조문이 강행규정처럼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행정청의 재량을 박탈한 것처럼 해석되어선 안 된다.
 
조합설립인가의 취소란 조합이나 정비사업의 계속적 추진을 원하는 조합원에게 매우 침익적인 처분이다. 따라서 도시정비법 제16조의2에 따라 시장․군수가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조합으로부터 반드시 의견을 청취하여야 하는데, 도시정비법은 이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은 제77조제1항에 따른 추진위원회 승인의 취소 또는 조합설립인가의 취소의 경우에는 청문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제78조), 「행정절차법」 제22조제3항에서도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함에 있어서 청문 또는 공청회를 실시하는 경우 외에는 당사자등에게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시장․군수가 제16조의2의 규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청문 또는 의견청취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조합설립인가의 취소는 위법하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또한 정비사업은 다단계 행정처분을 통하여 장기간 추진되는 사업으로, 선행 행정처분을 기초로 후속 행정처분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법률 관계가 형성되어 무엇보다도 법적 안정성의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도시정비법 제16조의2의 규정은 사업진행단계와 상관없이 언제나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만 얻으면 조합설립인가 취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이 공행정주체라는 점과 조합의 존속을 전제로 이루어진 단체법적 법률관계의 안정을 위해서는 이를 시기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옳다. 일본 「도시재개발법」은 조합이 도도부현지사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때에는 권리변환기일 전에 한하여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제125조제4항), 조합이 총회의 의결을 거쳐 해산하는 경우에도 권리변환기일 전에 한하여 허용된다(제45조제2항). 또한 조합이 총회의 의결로 해산하려는 경우 차입금이 있으면 해산에 대하여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후 도도부현지사의 인가를 얻어야 한다(제45조제3항 및 제4항). 이러한 규정들은 조합을 둘러싸고 형성된 법률관계의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우리나라 도시정비법의 해석과 운용에서도 참고할 가치가 높다. 결국 현행 도시정비법 제16조의2의 규정은 출구전략이라는 차원에서 급조된 조문으로서 시급히 보완되지 않으면 위헌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못쓴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강신은 / 도시개발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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