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제도적 미비가 병폐를 키운다!
국토부는 최근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하여 재건축·재개발사업의 활성화에 조력하는 한편, 추진위원장·조합장을 비롯한 임원과 정비관리업체 등의 비리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 법 제17조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서를 위조하거나, 매도·매수하는 행위자에 대해 5년에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 ‘토지등소유자의 서면동의서’란 주민이 사업초기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로 하여 법에서 요구하는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 등에 대한 찬부(贊否) 의견 기재한 동의서를 정비조합 등에 제출하는 서류이다. 도시정비법이 수시로 개정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내용들이 관리처분 계획인가를 기준으로 적용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이때의 분쟁이 극에 달한다. 조합이나 정비관리업체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서면동의서를 걷는 행위이다.
서면동의서와 서면결의서는 혼용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옳다. 서면결의서는 법령에서 요구하는 서류는 아니지만, 조합원의 이익과 관련된 사항을 결의하는 것으로 그 위력이 서면동의서에 못지않다.
2009.2.6 개정법에서 양자를 구별, 서면동의서에 대한 행위만 처벌하기로 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현실을 외면한 규정이다. 개정법상 조합 총회(임시총회, 정기총회 포함)에서의 서면결의서를 위조하거나, 매도·매수하는 자를 처벌하기 어렵다. 필자는 이 때문에 서면결의서를 위조하거나, 매도·매수하는 자의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발생한 서울의 아현 재개발사업장에서의 ‘74억 성과급’ 관련 사건을 살펴보자.
조합원의 서면결의서로 엄청난 결정을 하였다. 아현 재개발사업장은 노후·불량 주택지를 철거하고 3063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임대 524세대)으로, 현재 철거작업을 90% 끝냈으며 5월경 착공 예정이었다. 문제의 조합은 착공도 하기 전에 철거업체와 정비관리업체 등에게 총회를 통해 합법적으로 74억의 성과급을 챙겨주려 했으나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자,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74억의 성과급 지급은 각종 사업비 절감에 따른 공로를 이유로 들어, 총회에서 지급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 사업비 절감 항목을 국·공유지 무상취득(1,031억), 이주기간 4개월 단축(128억), 세입자 관련(3,350명에서 2,200명으로 줄임, 120억), 초등학교 부지를 아파트 건립관련(614억) 등으로 꼽았다.
게다가 조합측은 그 지급 근거가 조합정관에서도 없어, ‘조합은 조합발전과 사업수행에 공로가 있다고 판단되는 조합원 및 임·직원, 대의원, 협력업체, 관련업체 등의 단체나 개인에 대해 포상하고자 하는 경우에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포상할 수 있다’는 자체 조합업무규정을 그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조합 이사회는 도시정비법상 조합의 집행기관이 아니며, 정비관리업체의 조합 비용을 위한 절감행위는 당연한 의무이다.
그렇다면 성과급을 위한 총회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문제의 조합은 조합원 수가 2244명이었다. 2009.3.31 개최된 총회에서 제출된 서면결의서는 1,474명이었고, 실제 참석조합원은 398명이었다. 이 총회에서 성과급 지급안건을 반대하여 실제 참석한 조합원 대부분이 빠져 나갔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걷어 놓은 서면결의서상 찬성표가 과반수가 넘었기 때문이었다. 조합이나 정비관리업체가 서면결의서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무등록 용역업체가 아줌마 부대를 동원하고 있지만, 처벌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처벌은 공정해야 하며 현실의 불합리한 점을 없애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법 제17조에 의한 서면동의서’로 한정하지 않고, 도시정비법상 전면적인 서면동의서나 서면결의서를 위조하거나 매도·매수하는 자도 처벌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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