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보 칼럼 > 칼럼/인터뷰 > 김종보 칼럼
정비구역의 해제와 행정소송
기사입력 11-06-17 17:16   조회 : 3,315
 
 
정비구역의 해제와 행정소송
 
 
 
2000년대 초반 재건축을 시작으로 훈풍이 불던 수도권의 정비사업이 소강국면을 넘어 드디어 연착륙을 걱정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 도시정비법이 제정되고도 한동안 강남의 재건축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그 강력한 개발압력은 다시 뉴타운이라는 호재를 타고 강북과 경기도 전역에 수많은 뉴타운과 촉진지구를 만들어냈다.   

정비구역과 정비계획은 도시정비법에 의해 진행될 재건축, 재개발사업의 대상사업지를 확정하고 개발사업의 청사진을 정하는 행정계획으로 도시정비법의 규정에 따라 도시계획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권한은 오로지 서울시장 등 행정청에게 있고 토지등소유자는 간접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을 뿐이다. 법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정비구역 지정행위는 전형적인 행정청의 재량행위여서 행정청이 구역지정을 거부하거나 또는 정비계획을 웬만큼 잘못 그리지 않는 한 법원에 의해 취소되기 어렵다. 구역지정의 단계에서 행정청이 강력한 결정권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정비구역은 마구잡이로 지정되는 것이 아니고 사실 그 이전에 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고 그 계획에 따라 정비예정구역이 먼저 정해진다. 정비예정구역으로만 정해져도 일반 지역에 비해 개발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지므로 토지가액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 정비구역에서 사업이 본격화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예정구역이 지정되기 전부터 사업이 추진되므로 실무적으로는 정비예정구역이 정비구역지정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법적으로 보면 정비기본계획이나 그에 의한 정비예정구역은 행정청 내부적인 것으로 대국민적 효력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 예정구역에 대한 법적 평가가 이렇다 보니 예정구역의 지정에 대해 누구도 소송을 하거나 행정청과 대립각을 세워 다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정비예정구역의 지정에 대해서 행정청은 소송으로도 탄핵되지 않는 거의 무소불위의 결정권을 갖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 예정구역의 지정에 대해 소송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것이 그리 불리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구역내 토지가액이 상승하므로 그 안의 토지소유자는 큰 불만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정구역을 지정할 때는 행정청이 거의 전적으로 결정권을 행사하지만, 예정구역이 이미 지정되고 난 후는 상황이 좀 다르다. 예정구역의 지정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토지등소유자나 사실상의 추진위원회가 출현하고, 이른바 보호가치 있는 신뢰가 생겨나는 것이다. 

최근 사업이 지연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예정구역의 해제하거나 정비구역, 촉진지구 등을 해제하려는 자치단체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행정청의 입장에서는 이를 푸는 것도 역시 자연스럽게 재량행위로 해석되고 법원에 의해 통제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역을 지정하는 것과 해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전자는 수익적(受益的) 성격이 강하고, 후자는 침익적(侵益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후자의 경우에 행정청이 공익과 사익을 충분히 저울질 하지 않고 처분을 내리면 위법한 처분으로 통제될 가능성이 높다. 1970년대 지정되어 아직도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수많은 재개발구역을 그대로 둔 채 자치단체가 선별적으로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을 정리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겠는가 고민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하고 싶으면 법률에 먼저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구역해제를 위한 요건을 명시한 후에 진행해야 한다. 그게 정도(正道)이다.  
<저작권자 도시개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회원가입



도시개발신문(주) |  등록번호:서울,아02031 |  등록일자:2012.3.19 |  제호:도시개발신문 |  발행인·편집인:전연규 |  주소: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313(역삼동) 성지하이츠1차 1306호  |  Tel:02-2183-0516  |  Fax:02-566-0519 |  최초발행일:2012.6.29 |  청소년보호책임자:전연규
Copyright ⓒ udp.or.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