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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미분양과 여중생납치사건
기사입력 10-04-05 13:50   조회 : 2,289
 
 
주택미분양과 여중생납치사건
 
 
 
현재 건설시장에서는 건설업자들의 과도한 수주경쟁과 그로 인한 주택의 공급과잉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수주경쟁과 주택의 공급과잉은 시장 상황에 따른 우발적 원인에 기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건설시장을 규율하는 법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적 문제이다. 건설업자의 면허를 통제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이 건설업면허의 발급과 유지를 너무 쉽게 만들어 놓은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수주경쟁을 피할 수 없는 건설업자들은 건설공사 그 자체보다 건설공사의 발주를 성사시키기 위한 과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건설업자들은 개발사업에서 사업시행자를 보조하거나 또는 사실상 사업시행을 대행하는 역할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사업시행의 초기에 사업시행자와 연결됨으로써 건설공사를 발주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수주에 성공해서 도급계약이 체결되고 건설공사의 단계에 이르면 건설업자는 오히려 자신의 역할을 한정한다.
 
 
다른 한편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은 사업성 없는 건설현장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며, 이런 현장의 대부분은 사업의 지연과 관리부실로 이어진다. 최근에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살해사건은 단순 형사사건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오랜 기간 방치된 재개발사업이라는 공법적 계기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이룬다. 이렇게 건설현장이 오랜 기간 방치되고 현장을 관리하는 공법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건설현장의 실제 책임자인 건설업자와 형식적 책임을 진 사업시행자의 법적 관계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시공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자는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건설업면허를 받아 타인의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자를 말한다(건설산업기본법 제2조 2호). 건설업자에 대한 공법적 규제의 체계는 면허를 규율하는 건설산업기본법 및 건설기술관리법 등의 면허법과 주택법, 도시정비법 등 사업법으로 이원화되어 있고, 그에 더해 민사상 도급계약의 복잡한 법리가 얽혀 있다.
 

재건축, 재개발사업에서 건설업자는 시공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사업법) 이 때 건설업자는 사업시행자와 건설공사를 내용으로 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수급인이 된다(도급계약). 그러나 실제 건설공사를 직접 시공하는 경우는 드물고 물리적 시공은 다시 하도급계약을 통해 대부분 전문건설업자들에게 넘겨진다(면허법). 건설업자들이 수급인이 되는 현장이라 해도 전문건설업자들이 모두 건설사의 상대방으로 포괄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용산사건에서 본 바와 같이 철거업면허를 가지고 있는 전문건설업자는 사업시행자와 직접 도급계약을 맺는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비난의 화살은 사업시행자인 조합과 철거업체에 집중되고 전체 사업을 총괄한 종합건설업자는 누구였는지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조합과 이처럼 건설업자는 포괄적인 도급계약의 당사자의 역할을 맡지만 또 그의 선택에 따라 일정한 전문건설업은 사업시행자와 별도의 공사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불분명한 법률관계가 나타난다.
 
 
건설업자가 직접 시공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면 이 복잡한 문제들은 풀릴 수 있다. 건설업자가 시공도 하지 않으면서 발주자와 전문건설업자 사이에서 거래를 알선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남기도록 허용하는 현행의 제도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건설산업기본법 한 두 조문만 바꾸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그리고 직접 시공할 능력이 없는 건설업자들은 사업법의 영역에서 컨설팅 업종으로 전환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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