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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법의 공법성(公法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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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법의 공법성(公法性)
 
 
 
법을 분류할 때 어떤 법은 사법(私法)으로 분류하고 어떤 법은 공법(公法)으로 분류하는데, 지난 2000년 간 이 둘의 경계선을 긋기 위한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와 달리 하나의 법률을 단위로 공·사법을 구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건설법에 속하는 건축법, 국토계획법, 도시정비법, 도시개발법, 주택법과 같은 법률들은 모두 공법이라 보아도 큰 이의가 제기되지 않는다.
 
통상 공익을 목적으로 제정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성격을 갖는 법률을 공법이라 부르고 건설법들은 모두 이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도시정비법, 주택법, 도시개발법에 의해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이 법률이 공법이라는 인식은 약해지고, 법적 분쟁이 생기면 민사법원을 찾아가는 일이 적지 않다. 민사법이 또 이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공법적 측면은 거의 소멸되고, 양 당사자간의 금전적 이익을 저울질하는 양상을 띠게 된다.

 
헌법은 모든 법률의 최상위에 있는 법으로, 대한민국에서 국가의 권력이 국민을 부당하게 침해할 수 없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권력에는 심지어 법률도 포함되므로 의회의 입법도 역시 헌법이 정하는 기본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하면 위헌, 무효가 된다.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항상 절대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공동체가 운영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 또한 헌법에 마련돼야 한다. 그래서 헌법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이 제정될 수 있고, 그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37조제2항).

 
건축법은 토지소유자가 건물을 지을 때 건축허가를 받도록 강제함으로써, 토지소유권을 제한하고, 위반행위자를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도시계획을 통해 토지사용권을 제한하는 국토계획법도 역시 건물을 짓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주된 수단으로 한다. 건축법은 건물의 위험방지, 국토계획법은 토지의 합리적 사용이라는 공익을 추구하므로 이런 기본권 제한이 헌법에 의해 정당화된다. 

 
도시는 만들어진 후부터 바로 낡기 시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 시점이 지나면 이를 다시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높고, 이런 정비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도시 전체가 생명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런 문제에 대응한다는 목적으로 도시정비법이 제정된 것이므로, 이론상 도시정비법은 전체 도시기능을 유지한다는 공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의 공익은 국민들에게 선명하지 않다. 한 때 사업이 잘 진행되던 강남의 재건축은 토지소유자의 개발이익에 봉사할 뿐 도대체 우리 사회를 위해 어떤 순기능을 하는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다른 한편 도시정비법과 같은 개발사업법은 제한되는 기본권과 그 제한되는 방식을 잘 읽어내기도 어렵다. 토지와 건물소유자들이 기본권을 제한받는 기간도 길고 그 모습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에 찬성해서 조합에 가입한 자들의 경우에는 기본권이 제한된다는 것을 읽어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업에 찬성한 조합원들도 사업기간 내내 다양한 형태로 소유권행사에 제약을 받고, 처분권에도 상당한 제약이 있다. 예컨대 조합총회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져도 법률이 정하는 동의율을 넘으면 그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은 사인간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사법(私法)이 아니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공법(公法)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이를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는 첫 단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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