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과 건축허용성
도시에는 한정된 토지면적에 과도한 수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당연히 주택을 비롯한 각종 건물을 짓고자 하는 수요가 발생하고 사실상 많은 필지에서 건물이 지어진다. 그러나 도시에 있는 모든 토지에서 그 소유자가 원하는 대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면 도시는 유지될 수 없다. 도시에는 건물을 짓는 땅 이외에도 다양한 목적의 토지들이 섞여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도시에서 토지와 건물을 중심으로 돌아보면 많은 토지들은 건물이 없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건축허가가 기속행위라는 법원의 입장이 확고한 이상 도시 내에서 토지소유자들이 건물을 짓고자 하는 것을 막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행정주체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소유자가 건축허가를 신청하기 이전 단계에서 토지를 분류하고 건물을 지을 땅과 그렇지 않은 땅을 구별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행정주체가 어떤 토지에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부여하는 특권을 건축허용성이라고 부른다.
민사적인 관점에서도 도시 내의 토지는 중요한 거래의 대상이며, 토지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그 토지의 개발가능성 또는 건축허용성이다. 그러므로 토지를 매매하는 거래주체들은 반드시 토지의 어떤 징표를 통해 당해 토지에서 건축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평가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토지를 평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징표로서 건축허용성은 민사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계획이 건축허가의 이전단계에서 개별 필지에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을 통제한다. 다만 도시계획의 종류에 따라 규율밀도가 달라 도시계획에 따라 건축허용성을 완결적으로 규율하는 지구단위계획과 그렇지 못한 용도지역제 도시계획으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에는 지적(地籍)과 같은 다른 제도와 도시계획이 같이 작동하면서 건축허용성을 통제하는 불완전한 형태를 띤다. 한국에서는 유감스럽게도 기성시가지가 모두 형성되고 나서 그 뒤에 주거지역 등 용도지역을 정하는 도시계획이 뒤따르는 과정을 거쳤다. 이런 도시계획은 개별 필지에 대해 건축허용성을 사전에 모두 정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 제도였고, 따라서 토지대상에 표시된 지목과 결합해서 건축허용성을 결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에 비해 분당과 일산 등이 개발되는 시점에 이르면 지구단위계획과 같은 상세한 도시계획이 법률에 이미 도입되어 도시의 건설과정에서부터 완성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개별 필지별 건축허용성을 완결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아직 지구단위계획이 도입되기 전이었던 1970년대와 80년대에 새롭게 택지가 조성된 곳은 도시계획결정과 그에 따른 도시계획사업이 시행되어 각종 토목공사와 토지분할 등 도시계획적 수단이 사용되어 주택단지가 형성된 곳이다. 그러나 사업이 완료되었을 때 개별 필지에 부여했던 법적 지위, 특히 건축허용성을 반영할 수 있는 상세한 도시계획은 존재하지 않았고, 이를 도시계획에 반영할 수 없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성시가지에서 개별 필지단위로 건축허용성을 인정받기 위해 형질변경허가를 받는 일이 빈번했지만, 이런 필지에 행정처분을 통해 새롭게 건축허용성이 부여되었다는 점을 도시계획에 반영하는 방법이 없었다. 용도지역제 도시계획은 개별필지단위의 규율을 담지 않는 불완전한 성격의 도시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건축허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건축허용성이라는 개념이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해 토지에 대한 법적 불안감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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