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13일 도시정비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의 보상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 공고일 현재 당해 정비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이 신설됐으나 이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이 컸다.
원래 주거이전비 지급에 관한 근거 조항인 토지보상법 제54조제2항 본문은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이주하게 되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로서 사업인정고시일 등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 당해 공익사업시행지구 안에서 3월 이상 거주한 자에 대해서는 가구원 수에 따라 4개월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바, 실무에서는 ‘사업인정고시일등 당시’와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 중 가장 이른 날을 기준으로 공익사업시행지구 안에서 3월 이상 거주한 세입자를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으로 봐왔고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날’을 ‘정비구역의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 공고일’로 해석해 세입자 보상을 해 왔다.
하지만 정비사업의 경우 정비구역의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 공고일로 부터 실제 사업시행에 따른 이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 기간 중 새로이 전입해 온 세입자들이 다수 존재하고, 이들은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인가가 있으면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이 의제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으므로 주거이전비의 지급기준일 역시 ‘사업인정고시일등’이 돼야 한다며 세입자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일부 법원이 세입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거이전비 논쟁이 불붙게 됐고 이것이 이번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개정의 배경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하급심 법원이 정비구역 안의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지급기준일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 본 이유는 무엇일까? 그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서울행정법원 2009.5.21. 선고 2008구합51295 참조). 우선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제2항에서 규정한 주거이전비의 지급기준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인정고시일등 당시’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 등이 있은 당시’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명시적으로 규정된 ‘사업인정고시일’을 배제하고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 법령에 의한 여러 고시 중·초기 단계에서 이뤄지는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만 위 조항 소정의 기준일에 해당한다고 한정해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축소해석이다.
둘째, 기준일을 정비구역의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이라고 제한해 해석하면 세입자들에 대한 사회보장을 도모하고 조기이주를 장려해 사업추진을 원활하게 하려는 당초의 입법취지가 퇴색할 여지가 있고, 나아가 사업인정고시일 등 전부터 영업을 한 상가세입자에 대해서는 영업보상을 해주거나 주택소유자에 대해는 거주기간의 제한 없이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점과 비교해 보더라도 주택세입자에 대해서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결과가 된다.
셋째,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 이후에도 정비구역지정 고시 단계부터 정비구역이 일부 확대되거나 축소될 가능성도 있고, 또 해당 정비구역의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야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여지가 있는 만큼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만으로 정비구역이 확정됐다거나 재개발사업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사실 정비사업에 있어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의 지급기준일에 대한 논란은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이 그 기준일을 이원적이며 모호하게 규정한 때문이다. 따라서 늦었지만 도시정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지급기준일을 명시한 것은 바람직하다할 것이나 그 기준일 설정의 타당성은 좀 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기준일을 정비구역의 지정을 위한 공람공고일로 앞당기면 투기 목적의 세입자를 예방하고, 세입자 보상비를 줄여 정비사업조합에 유리하게 되는 반면 그 공람공고일 부터 실제 이주까지의 기간이 장기간인 경우 실제 이주하는 세입자와 주거이전비를 지급받는 세입자가 달라지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역으로 기준일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 늦추면 정비사업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과 주거이전비 보상을 노리고 이주해 오는 투기적 목적의 세입자를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거이전비의 지급기준일 설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주거이전비의 지급 시기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본다. 원래 기준일과 지급 시기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나 토지보상법이나 도시정비법 모두 지급 시기에 대해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바, 이에 대한 논의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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