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이 말처럼 모든 국민이 실질적 평등을 향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살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면 토지도 법 앞에 평등할까? 갑자기 사람이 아닌 사물에 대해 이런 의문을 갖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지만, 최근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면서 이런 의문이 계속 필자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토지는 개발제한구역(이른바 ‘그린벨트’)이라는 이유로 계속 개발이 금지되고, 어떤 토지는 상업지역이어서 초고층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어떤 정비구역 안의 토지는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됨으로써 지가가 추가 상승하는 신분 상승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토지는 사람과 달리 법 앞에서 평등하지 않은 존재가 아닐까?
최근 들어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매우 지대한 것 같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청약이 이뤄지는 한편에서는 보금자리주택지구에 편입된 토지등소유자와 세입자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의 주장은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해 상당한 세월 동안 개발이 제한됨으로써 제대로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개발제한구역 이외의 토지 소유자가 누린 지가상승의 혜택에서 철저히 소외돼 왔음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주택단지를 조성함으로써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향유에 있어 개발제한구역 안의 주민들을 소외시키고 사업시행자인 공공과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은 자가 독점하는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원래 토지재산권은 강한 사회성과 공공성을 지니고 있어 이에 대해서는 다른 재산권에 비해 보다 강한 제한과 의무를 수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으로 인해 해당 토지를 원칙적으로 지정 당시의 지목과 토지현황에 의한 이용방법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한 새로운 용도로 전환하는 개발가능성의 소멸과 그에 따른 지가 상승률의 상대적 감소는 토지소유자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수 학자들은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상대적 불이익에 대해 손실보상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지가 상승률의 상대적 감소에 대응한 보상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처럼 개발제한구역 안의 토지소유자가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시행하는 공공 역시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적법한 보상 이외에 추가적 보상을 해줄 수도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하여튼 우리 헌법재판소가 개발제한구역 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하는 한 개발제한구역 안의 토지소유자에게 전면적인 손실보상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개발제한구역 안의 토지소유자에게 공법적 권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각종 지원정책을 통해 토지소유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치유할 책무가 정부에게 있다. 특히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기성 시가지 안의 토지들은 행정청의 도시계획적 판단에 따라 개발 용적률의 증가를 초래하는 용도지역 변경(보통 ‘용도지역 상향’이라 함)이 종종 발생하고 이에 따른 개발이익 역시 토지소유자가 독점하는 것이 통례다. 단, 이런 경우에도 무조건 토지소유자가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고 기반시설 기부채납, 개발부담금, 임대주택 또는 소형주택 건설의무 등을 통해 개발이익 독점을 완화하는 수단이 동원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용도지역 상향은 본질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이나 문화재보호구역 등과 같이 강한 사회적 제약을 받는 토지의 개발가능성 제한이라는 토대 위에 이뤄지는 것이므로, 용도지역 상향을 통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은 개발이 상당히 제약될 수밖에 없는 토지소유자를 위해 쓰여 져야 한다. 따라서 용도지역이 상향되는 개발구역 안에서 이뤄지는 각종 제도들은 하나의 부담금제도(필자는 이를 ‘용도지역상향 부담금’이라 부를 것을 제안한다)로 통합하고, 이에 따라 조성된 재원을 토대로 특별회계를 편성해 개발제한구역이나 문화재보호구역 등의 토지소유자를 위해 집행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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