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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법원은 재건축사업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판결(대법원 2009.9.24.선고 2008다60568 및 대법원 2009.9.17.선고 2007다2428)을 선고했다.
조합설립 및 관리처분계획 인가에 있어서의 총회 결의는 조합설립 및 관리처분계획 인가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으로서 조합설립 및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있은 후에는 총회결의만의 무효 등을 다투는 확인소송은 인정될 수 없고, 인가 전이라도 민사소송의 형태가 아닌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으로 다퉈야 한다는 것으로 주요 요지는 다음과 같다.
「도시정비법」 상의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정비구역 안에 있는 토지와 건축물의 소유자 등으로부터 조합설립의 동의를 받은 등 관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춰 관할 행정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등기함으로써 법인으로 성립한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설립된 재건축조합은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정비구역 안에서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행하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행정청이 도시정비법 등 관계 법령에 근거해 행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단순히 사인들의 조합설립행위에 대한 보충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즉, 법령상 요건을 갖출 경우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공법인)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이 보는 이상 조합설립결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하는 데 필요한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어서, 조합설립결의에 하자가 있다면 그 하자를 이유로 직접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해야 한다.
또 이와는 별도로 조합설립결의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 그 효력 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에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확인의 이익은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재건축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로서 도시정비법 제48조에 따라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정비사업의 시행 결과 조성되는 대지 또는 건축물의 권리귀속에 관한 사항과 조합원의 비용 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함으로써 조합원의 재산상 권리·의무 등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이는 구속적 행정계획으로서 재건축조합이 행하는 독립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그런데 관리처분계획은 재건축조합이 조합원의 분양신청 현황을 기초로 관리처분계획안을 마련해 그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와 토지등소유자의 공람절차를 거친 후 행정청의 인가·고시를 통해 비로소 그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는 관리처분계획이라는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 중 하나로, 그것이 위법해 효력이 없다면 관리처분계획은 하자가 있는 것이 된다.
따라서 행정주체인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의 효력 등을 다투는 소송은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의 존부나 효력 유무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소송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이는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에 해당한다.
그러나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관할 행정청의 인가·고시가 있게 되면 관리처분계획은 행정처분으로서 효력이 발생하게 되므로 총회결의의 하자를 이유로 해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관리처분계획의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해야 한다.
그와 별도로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 중에 하나에 불과한 총회결의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그 효력 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요지를 살펴보면 우리 법원이 비로소 종전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른 재건축사업과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건축사업을 준별하게 됐고, 법령상 ‘인가’라는 단어에 집착해 조합설립인가나 관리처분계획인가의 법적 성격을 강학상 인가에 가까운 것으로 오인하던 것에서 탈피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필자가 수년간 견지해 왔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어서 매우 기쁜 일이라 할 것이다. 이젠 재건축사업에 있어서의 매도청구소송 역시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제기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매도청구소송을 저지하기 위한 재건축결의무효 확인의 소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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