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문 종
도시개발아카데미 강사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
1. 머리말
조합이 사업 지연과 건축 여건의 변화에 따라 조합설립 변경인가, 사업시행 변경인가, 관리처분 변경인가 처분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당초의 처분이 변경 처분에 흡수되는지 아니면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는지 여부가 문제시된다. 위 법적 쟁점과 관련해 2010년 12월 9일 선고된 대전 대흥1구역 재개발 조합의 판결을 필두로 조합과 일부 조합원 사이에 물고 물리는 법적 공방이 있어 왔다.
특히 사업시행계획 변경과 관련해서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 사건에서 그 법적 공방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그 이후 사업시행 변경인가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에서 2011년 12월 13일 선고한 응암10구역 재개발 조합(이하 ‘조합’)사건 판결이 눈에 띄어 소개한다.
2. 사업시행 변경인가 처분 경위
- 2007.12.18. 조합설립인가
- 2009.10. 1. 사업시행인가
- 2009. 7.14. 사업시행계획 무효확인청구의 소 제기
- 2011. 1.13. 서울행정법원 사업시행계획 무효확인청구 인용 판결
- 2011. 1.26. 서울행정법원 사업시행계획 효력정지 결정
- 2011. 5.12. 총회 개최 : 사업시행계획 변경 및 조합설립 변경인가에 관한 건을 상정ㆍ의결
- 2011. 9.15. 사업시행 변경인가ㆍ고시
- 2011.12.13. 서울고등법원 당초 처분 각하 및 변경인가 처분 취소 기각
3. 관련 법령 및 법적 쟁점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7조에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으로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개요의 변경(제2호의 3)’,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의 변경(제2호의 4)’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의 변경’을 아무런 제한 없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으로 봐 시장 등에게 신고함으로써 변경할 수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 아니면 조합 설립의 본질적인 변경으로 봐 토지등소유자 4/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가중된 동의율 요건’이 필요한지 여부가 문제시됐다.
4.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은 ‘총사업비 60% 인상’과 같은 사업비의 변동은 물가 변동 등 변화하는 건축경기 등의 상황에 따라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합리성 있는 범위를 초과해 조합 설립에 대한 동의 내용의 본질적인 변경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런데 조합이 토지등소유자 3/4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했으므로, 사업시행계획의 하자가 중대ㆍ명백해 조합이 은평구청장으로부터 2009년 10월 1일자로 받은 사업시행인가 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5. 서울고등법원의 판단
가. 사업시행계획의 변경에 관한 법리
(1) 당초 처분 ‘유지ㆍ일체설’
원래 도시정비법 제28조제5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시행계획의 변경에 따른 변경인가 처분은 당초의 사업시행계획 및 인가 처분이 유효함을 전제로 해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미 인가 받은 사항의 일부를 수정ㆍ취소하거나 새로운 사항을 추가하는 것 등을 상정한 것이다.
이 경우 당초의 사업시행계획 및 그 인가 처분은 그 변경된 사업시행계획 및 변경인가 처분에 흡수돼 독립적 존재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효력을 유지(維持)한다. 다만 변경인가 처분에 의해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의 내용이 당초의 사업시행계획의 내용에 포함돼 일체(一體)로서 하나의 사업시행계획을 구성하는 것이다.
(2) 당초 처분 ‘흡수ㆍ대체설’
그런데 당초의 사업시행계획에 대해 법정 동의율 부족 등의 성립 요건에 관한 문제가 제기됐거나 사업시행계획의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이 있었던 경우가 문제시된다. 이 경우 비록 당초의 사업시행계획이 동의율 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한 것임이 밝혀져 그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행정청이 다시 변경인가 처분을 한 경우 형식상 존재하는 기존의 인가 처분을 무시할 수 없어 변경인가 처분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그 변경된 사업시행계획 및 변경인가 처분은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사업시행계획 및 인가 처분에 해당한 반면, 당초의 사업시행계획 및 인가 처분은 이러한 변경된 사업시행계획 및 변경인가 처분으로 흡수ㆍ대체됐다고 봐야 한다.
나. 판결이유
서울고법은 이 사건의 경우 위 ‘흡수ㆍ대체설’을 채택해 당초의 사업시행인가 처분은 이미 철회되고 소멸됐다고 전제했다. 조합이 행정주체의 지위에서 당초의 사업시행계획에 기초해 조합원들의 권리ㆍ의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공법상의 법률관계를 형성시키는 외관(外觀)을 만든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초의 사업시행계획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들의 당초 사업시행계획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으므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당초 사업시행인가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는 각하했다.
한편 서울고법은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은 일반적으로 상당한 시일이 경과된 후여서 건축여건의 변화가 존재하는 점, 조합 설립 동의 당시의 추정 비용에는 산입되지 않는 손실보상비(주거이전비ㆍ휴업보상비), 이주비 등도 사업비에 포함되는 점, 용적률과 건축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공사비가 증가된 부분도 존재하고 그와 같은 건축 규모의 증대는 일반분양분을 증가시켜 조합원 분담금의 감소를 가져온다고 보이는 점 등에 주목했다. 그리고 정비사업비의 증가가 통상적으로 예상될 수 있는 합리성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것으로서 당초의 조합 설립 동의를 본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6. 본 판결에 대한 평가
조합은 1심에서 패소하자 당초의 사업시행계획에 따라 형성된 공법상의 법률관계의 외관을 제거하는 방법을 택했다. 즉, 전체 조합원의 재분양신청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한편, 분양신청 내역의 변경까지 허용하는 내용으로 재분양을 전면 허용했다. 서울고법은 이를 중시해 위 ‘흡수ㆍ대체설’에 따라 당초의 사업시행 변경인가 처분은 위 변경된 사업시행 변경인가 처분에 흡수된다고 판시했다.
지난번 정금마을 단독주택 재건축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번 사건에도 조합의 발 빠른 대응이 매우 돋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서울 마포구 모 조합 사건 등에서 지나치게 증가한 사업비의 변경은 조합설립 변경인가 사안에 해당된다는 서울고법의 판단이 나온 바도 있는데 이 사건 원고들이 새해 초이틀 상고장을 접수시킴으로써 향후 대법원 판단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