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삼호1차 아파트는 지난 2000년 각동 골조의 노후화가 심해 안정평가 기준 D등급을 받았다. 특히 7동(29평형)의 경우 건물기울기가 한계치의 2배를 넘어 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돼 조속한 재건축이 요구되는 실정이었다. 이에 추진위를 구성하고 2003년 조합을 설립해 재건축의 청사진을 그려온 서초삼호1차 단지는 5대째인 박재룡 조합장이 선두에 서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주민 모두가 배관설비 및 난방코일의 노후 등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으며 재건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으나 추진회가 만들어지고 나서 2001년 10월14일 창립총회 이후 2006년까지 단 한차례의 총회도 열리지 않았다. 이에 더해 주민들도 개인의 이익을 내세워 재건축 반대 의사를 펴 서초삼호1차 아파트단지 재건축은 지지부진한 진행상황을 보였다.
5년여 간 조합장이 계속 바뀌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각 단지의 이익 등을 떠나 공공의 이익과 재건축 이후의 고부가가치 실현을 추구할 인물을 필요로 했다. 당시 동 대표를 맡고 있던 박 조합장은 주위 추천으로 2006년 2월18일 91% 이상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이후 현재까지 정기총회, 소식지 등을 통해 단지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데 앞장서 오고 있다.
박 조합장은 태권도 공인8단의 실력자로 국기원 교육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는 사단법인 프로태권도협회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그는 “운동하던 사람이라 ‘스포츠정신’처럼 투명하고 깨끗하게 조합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조합원들이 나를 신뢰하고 지켜봐 주는 것 같다”며 “이에 부응해 조합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조합의 이득이 되고 우리 조합이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삼호1차 아파트는 계속해서 바뀌는 관련법규로 피해를 봐 온 단지 중 하나다. 
조합은 ‘집값 안정’을 명목으로 추진된 참여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사업계획을 준비해 왔으나 정부정책이 바뀌고 또 다시 변화를 맞아 몇몇 주민들이 사익을 따져 재건축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2001년도에는 6~10평 가까이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이 정부 규제에 의해 1~2평 정도로 제한되면서 큰 평수의 입주자들은 재건축을 진행해봤자 부과해야 할 분담금에 비해 늘어나는 평수가 적어 법원에 조합 창립총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렇게 햇수로 5년여 기간 동안 소송으로 조합은 소송비용과 오른 원자재 값 등 소모적인 비용만 들고 사실상 득도 없는 싸움을 치러야 했다. 지난해 7월10일 선고가 예정됐으나 대법원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판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명박정부에서 그동안의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서초삼호1차와 같은 고밀도 아파트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박 조합장은 “임대주택도 보금자리주택으로 바뀌어 기존 임대주택보다 더 내놔야 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초삼호1차 평균용적률은 282%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A?B단지로 나뉘어 있는 서초삼호1차는 도로에 인접해 있는 B단지가 240%, A단지가 312% 정도 용적률을 적용하면 임대주택 37~8세대를 일반분양할 수 있다. 이에 조합은 감정평가를 다시 진행해 추진하는 경우와 대법원 판결 후 기존 추진내용으로 진행하는 두 경우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고심 중에 있다.
박 조합장은 “국가정책이 바뀌면 법원 판정도 그에 따라야 하는데, 두 가지 법을 두고 다 따르라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주민 81.5%의 분양 신청, 79% 사업계획 변경동의서를 받아 대법원에 제출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판결을 연기해놓고 있는 상황인데, 법원 측은 판결 결과만을 기다리며 사는 조합원들과 비용·주거개선문제 등을 고려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소송 때문에 관리처분인가도 미뤄졌다. 행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 구청 측은 사법부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것을 문제로 인가를 보류시켰다. 이에 박 조합장은 6개월 동안 끈질기게 구청을 설득시켜야 했다.
이러한 불이익을 본 단지는 서초삼호1차 외에도 신반포5차 반포한양 등 3곳이나 된다. 박 조합장은 “사법부에 소송중이기 때문에 관리처분인가를 안내준다는 것은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30년이 지난 아파트여서 열악한 환경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구청 관계자에게 ‘직접 현장에 나와 봐라. 나와서 현장에서 과연 주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라’고 설득해 2년여 만인 지난해 4월26일이 돼서야 인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2006년 9월22일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받고 진행했으면 지금쯤 내부공사하고 있을 때”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초삼호1차 아파트는 옥외 지하주차장이 없어 어린이놀이터를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소방시설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자칫 화재가 발생하면 큰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배수시설도 노후해 식수 뿐 아니라 씻기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박 조합장의 설명이다.

 

 

박 조합장은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 ‘동의율 완화’라는 매우 중요한 사항을 간과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재건축을 처음 결의하고 조합을 설립할 때는 동별 2/3, 토지등소유자의 4/5(현재는 3/4) 동의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건축사업이 추진돼 개략적인 분담금의 책정, 평형 배정, 층별 배정 등이 결정되는 상황에서는 생각지 못한 장애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그에 따르면 “대다수의 조합원이 동별, 평형별로 세력이 형성되며 조합집행부에 압력이 들어오고 불만이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 정책 변경에 따른 사업계획 변경 시 동별 2/3, 전체 조합원의 4/5의 동의를 받으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한 개 동만 의견을 모으면 재건축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조합설립 이후의 결의 정족수는 민주주의 방식인 과반수 참석에 참석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박 조합장은 햇수로 4년간 조합장직을 맡아오면서 ‘책임은 대기업 CEO보다 크고 권리는 거의 없는 직책’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레미안서초스위트단지도 삼호아파트였는데 지분이 분리돼 현재는 화려하게 변모한 것”이라며 “서초삼호1차 아파트도 빠른 시일 내에 주민들이 개선된 생활과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초삼호1차 아파트는 대우와 KCC가 컨소시엄을 통해 평당 34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건축공사비용을 제공한다. 또한 다른 단지와 달리 거실 및 침실확장, 섀시설치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어 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다. 
조합은 대법원의 판결이 빠른 시일 내에 발표되면 이주계획을 세우고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박 조합장은 서초재건축연합회(이하 협회)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역이 서로 다른 조합장들끼리 모임을 갖다보면 각 조합의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공통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지 못하다. 이에 그는 서초조합원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함과 함께 깨끗하고 투명한 조합 운영을 보여주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다. 
박 조합장은 “반대파가 있는 곳에는 아픔과 스트레스가 많아 정보교환을 통해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친목으로 뭉쳐 협회가 롱런할 수 있도록 내부결속을 다지는 것이 첫째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승희 기자 / spring@ud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