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노량진동 294-220번지 일대는 국내 최대의 입시생 밀집지역으로 서울의 명품학원가란 명성과 대비되는 동작구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이다.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 5번 출구로 나와 좀 걷다 재래시장 골목길로 들어서면 뭐든 넉넉하게 담아 줄 것만 같은 상인 아주머니들이 먼저 반긴다. 낡은 상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 또한 옛 향취를 풍기는 것 같아 정겹기만 하다.
하지만 정겨움도 잠시, 지은지 30년이 지난 가옥들이 좁디좁은 골목길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여기저기 균열이 생길대로 생겨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담장사이를 누비다 보면 건물의 위태로움에 옛 향취는 시나브로 사라지게 한다.
후손에게 물려주고 푼 명품단지 만든다
모호한 촉진구역 경계 해결하고 용적률 높일 것
3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지역. 그런 이곳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월 노량진6재정비촉진구역(이하 노량진6구역)이 ‘추진위원회설립승인’을 받아 재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강남을 넘어설 고품격 주거단지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은 지난 10여년 전부터 주거환경이 열악해 재개발 의지가 강하게 일었던 지역이다. 때문인지 3년 전까지만 해도 3~4군데의 가칭추진위가 동시에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간 가칭추진위의 난립으로 혼란해 질대로 혼란해진 이곳을 하나로 통합하고 흩어진 주민여론을 하나로 모은 인물이 바로 현 노량진6구역 재개발추진위를 책임지고 있는 이호영 위원장이다. 고품격 주거단지의 탄생을 그리고 있는 이 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사업진행 상황과 재개발 이후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촉진구역 경계선 다시 정해야
재개발사업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듯 순풍에 돛단배처럼 흘러갈 것만 같던 정비사업이 생각지도 못했던 암초에 부딪친다. 지난 2009년 1월 동작구에서 공고한 재정비촉진계획(안)에 의해 정해진 촉진구역 경계선이 모호하게 정해져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동작구에서 정한 촉진구역의 경계선이 일부주택의 중앙이나 가장자리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량진6구역 경우 약 138가구가 구역과 구역사이 경계선에 걸치는 상황에 놓였다.
때문인지 양쪽구역에 걸친 주택소유자들은 물론 해당구역 주민들 또한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 위원장은 경계선상에 놓은 주택소유자들이 구역 내에서 어떠한 자격과 권한을 갖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작구에 문의했지만, 답변은 뜻밖이었다.
동작구는, 도시정비법 제2조제9항에 따라 ‘촉진구역안의 소재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지상권자에 한에 토지등소유자의 자격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양쪽 촉진구역에 주택이 소재하고 있는 만큼 양쪽구역에 토지등소유자의 자격을 갖춘다’는 답변을 내렸다.
동작구의 답변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 특히 현재 한창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인데 모호한 구역경계로 인해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 위원장은 “조합설립인가를 받기위해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지만 양쪽구역 경계선에 놓인 주택소유자들이 구역 소속감에 혼란스럽다는 이유로 동의서 징구에 협조하지 않으려 한다”며 구역경계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특히 재개발사업에 대해 잘 모르는 주민들의 경우 혹여나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합설립동의서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전체 808세대의 17%에 해당돼 경계선상에 놓인 주민들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조합설립 동의율(전체 토지등소유자의 75%)을 맞추기가 버거워 지는 셈이 된다.
때문에 이 위원장은 촉진구역경계선이 모호해 정비사업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촉진구역경계선을 다시 정해줄 것을 동작구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한결같이 ‘추진위 당사자들간의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라’며 동작구가 현안에서 한발 물러서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문제는 동작구의 답변대로 추진위 간 협의를 통해 한쪽 구역으로 편입시킬 경우 종국엔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재개발은 재건축과 달리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조합원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관리처분단계에 이르면 문제가 더 복잡해 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이 위원장은 “차후 논란의 불씨를 잠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경계선상에 놓인 주택을 필지로 구분해 다시 촉진구역 경계선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동작구에 재기했다.
이 위원장의 포기할 줄 모르는 집념에 동작구가 한 발 양보한 것일까. 그간의 일관된 입장을 번복하고, ‘경계선상에 놓인 주택의 면적이 양쪽 구역 중 더 많이 포함하는 쪽에 편입하는 방향으로 구역경계를 변경하기 위해 서울시와 논의하고 있다는 답변을 얻어내기에 이른다.
이 위원장은 “구에서 주민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릴 반영해야 한다”며 목소릴 높였다. 그는 “구청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사업진행상황 및 주민들의 실생활을 파악해 보고 주민들과 충돌하는 행정절차상의 문제를 직시한다면 사업추진의 절실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용적률 높여 사업성도 올릴 것
노량진6구역 촉진계획안 용적률은 245%로 결정고시 됐다. 하지만 지난 3월 서울시가 재개발용적률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이 위원장 또한 현재의 용적률에서 25%늘어난 270%의 용적률을 받을 수 있다며 동작구에 용적률 상향조정을 요청한 상태다.
25%의 용적률을 더 받는다면, 사업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당초 정비사업 목적이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고자 시행하는 사업”이라며 “늘어난 용적률만큼 주민부담이 줄어드는 등 사업성이 좋아진다면 원주민 재정착률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개발사업이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주민들의 재산을 최대한 증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그는 “주민들의 재산으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의 수익을 창출해 내는 것이 목표”라는 그의 포부도 밝혔다.
투명한 사업장 만들 것
30여년 간 공직생활에 전념해 오다 정년퇴임한 뒤 지난 2006년부터 추진위 임원으로 활동하며 노량진6구역을 이끌어 온 이 위원장.
이 위원장은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공직에 근무했던 30여년간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공직 경험을 살려 단순히 반대를 위한 의견에도 근거를 들어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니 사람들의 마음도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해 결국 반대를 외치던 주민들 까지 끌어안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공직에 종사했던 경력이 사업진행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그. 때문인지 인터뷰 도중 느낄 수 있었던 그의 꼼꼼한 성격과, 귀빈을 대하듯 주민 한사람 한사람을 대하며 주민이 궁금해 하는 것은 최선을 다해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옛 경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믿고 참여해 주신 것처럼 앞으로도 추진위를 믿고 참여해 주시면 최선의 노력으로 최대한 빠른 사업진행을 통해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명품 아파트로 보답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선 주민 모두가 협력해 뜻을 모아야 하고, 검증되지 않은 작은 유언비어에 현혹돼 흔들린다면 자칫 분열로 사업이 표류될 수 있다며, 신뢰와 믿음으로 함께 이끌어 나가자고 밝혔다.
노량진6구역에서 자라 고향과 같다며 구역 내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도 소중하다는 이호영 위원장. 지금도 그는 구역 이곳저곳을 돌며 단지 내 소중한 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한정기 기자
ps8026@ud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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